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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수도 앙카라의 광역시장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후보인 만수르 야바스가 과반 이상의 득표를 얻어 승리했다. 수도 앙카라에서 여당이 시장직을 야당에게 내준 것은 25년 만이다.
터키 3대 도시인 이즈미르에서도 야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CHP 후보인 무스타파 툰 소이어가 58.1%로 선두를 차지한 반면 여당 세력 후보자는 38.5%의 득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는 터키가 대통령 중심제로 전환한 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사법부까지 강력한 권한을 장악한 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로,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찬반투표적인 성격이 강했다. 터키 경제는 연 2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 속 통화 가치 하락과 외화부채 상승으로 악화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는 이런 경제상황을 미국과 외국자본 때문이라며 ‘음모론’을 통해 맞서왔다.
전체적인 득표율로 보면 AKP와 AKP와 손잡은 ‘민족주의행동당’(MHP)가 약 52%를 득표, 작년 대통령 선거 당시 득표율(52.5%) 유지하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수도 앙카라와 이즈미르에서의 패배, 이스탄불에서의 초접전 양상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민심의 이반이 감지됐다. 터키 정치평론가인 무랏 에킨은 알자지라에 “여권 동맹이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잃는다면 이는 터키 주요 5개 도시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의미한다”며 “만약 여권이 간신히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패배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지방선거 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리라화는 소폭 하락했다. 터키 현지 언론인 아브할(Avhal)은 에르도안 정부가 이번 선거로 확인된 민심 이탈을 회복하기 위해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경제 제재로 본격적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터키 정부는 세금 삭감, 저리 대출 등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는 달러화에 대한 리라화 가치를 급속히 떨어뜨렸고 부실 채권 증가, 실업자 양산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터키 정부는 지방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리라화 가치 추가하락을 막기 위해 터키 국내 은행들의 스왑(Swap)거래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는 터키 정부가 달러-리라화 교환을 막을 것이란 시장의 공포로 이어지면서 채권, 주식 등에서 외국 자본의 이탈을 낳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