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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퀵·팩트 세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상장사 4500곳의 2분기 실적(8일 기준)을 취합한 결과, 순이익 총액은 약 8493억달러(약 1107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시장 전망치를 토대로 추산했다. 4500개사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 시총의 80%를 차지한다.
닛케이가 분기별로 집계하는 전 세계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뒷걸음질친 것은 2020년 3분기(7~9월)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조치, 반도체 등 공급망 혼란 지속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2019년 2분기와 비교하면 40% 증가한 규모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기계(-18%)와 전기(-4%)는 중국의 봉쇄조치로 공급이 정체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스위스 ABB는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이 멈춰 생산이 반토막났고, 미국 애플은 부품 공급 지연 및 달러화 강세 등으로 7분기 만에 순이익이 11% 가까이 줄었다.
팬데믹 기간 호조세를 보였던 정보통신(-55%)과 금융(-58%)도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메타(페이스북)는 인터넷 광고가 감소해 순이익이 36% 줄었으며,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유 주식 평가 손실로 437억 5500만달러(약 5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소재에너지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순이익이 2.2배 늘었다. 특히 영국 쉘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 5개사의 순이익 총액은 전년 동기대비 3.8배 급증한 624억달러(약 81조 4000억원)를 기록했다. 수송 역시 경제·사회 활동 재개, 억눌렸던 수요 폭발 등에 힘입어 90% 급증했다.
기업들의 경영환경 역시 악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최근 발표한 7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을 기록했다. 경기확장 국면을 의미하는 50을 웃돌긴 했지만 2020년 6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기업들이 3분기 또는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지정학적 긴장과 인플레이션 등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