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바뀐 직장생활…실직·소득·백신휴가 '양극화'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1000명 설문조사
비정규직 코로나 후 실직 33%…소득감소 47%
59% "백신휴가 못써"…"휴가 부여 정부 지원 필수"
  • 등록 2021-12-26 오후 5:14:52

    수정 2021-12-26 오후 9:44:51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반 토막’ 되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A씨는 회사가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작년부터 직원끼리 돌아가면서 휴직했다. 첫 달에는 월급의 70%를 받았지만, 그 이후로 손에 쥐는 것은 이전에 받던 월급의 딱 절반이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에는 연봉이 동결됐는데 올해는 월급이 절반 가까이 깎였다. 회사는 월급 50% 지급 동의서에 강제로 서명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그만두라고 협박했다. B씨는 “카드빚으로 버티면서 코로나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막하다”며 “인격모독까지 당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고용 임금 충격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양극화 현상(코로나 디바이드)이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인포그래픽(자료=직장갑질119)
2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과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코로나 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실직을 경험한 비율은 33.3%로 정규직(8.0%)의 4.2배에 달했다. 월급 150만원 미만 노동자 가운데 실직을 경험한 비율은 35.5%로 500만원 이상 노동자(4.5%)보다 7.9배 높아 고임금 근로자에 비해 저임금 근로자의 실직 가능성이 더 높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노동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직자(비자발적 퇴사자) 중에서 실업급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이는 10명 중 4명(42.2%)에 불과했다. 비정규직(64.6%)과 5~30인 미만 사업장(77.1%), 월급 150만원 미만 근로자(70.6%)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다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실질적으로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에 대하여는 실업급여 수급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어 실업급여의 수급 방안과 대상에 대하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응답자의 29.0%(290명)는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감소 이유는 ‘노동시간이 줄어서’가 40.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일자리를 잃어서’(32.4%), ‘성과급이 줄어서’(15.5%) 순이었다.

이 가운데 프리랜서·특수고용직의 소득감소는 54.8%로 가장 높았다. 비정규직이 소득감소를 경험한 비율은 46.5%로 정규직(17.3%)보다 2.7배 높았고, 월급 150만원 미만 노동자가 소득감소를 경험한 비율은 49.2%로 500만원 이상 노동자(10.5%)의 4.7배 높았다.

백신 휴가도 차별로 이어졌다. 유급 백신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은 비정규직이 59.1%로, 정규직(48.0%)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실제 백신 휴가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 C씨는 “잔여백신 예약이 잡혀 외출을 요청했는데 왜 근무시간에 백신접종을 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회사 일이 바쁘다며 주말에 백신을 맞으라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정부의 백신 휴가 부여 방안이 ‘권고’ 사항이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일으켰다”며 “백신 휴가 부여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하고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여론 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을 통해 지난달 3∼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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