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원자로 내면은 냉각수에 노출되기 때문에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녹이 쓸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호층인 ‘스테인레스강 클래딩’으로 덮는다. 간혹 클래딩이 손상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작업자가 물속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 원자로 주변은 고방사능구역이기 때문에 작업자가 방사선에 기준치 이상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업에 한계가 있었다. 원자로 건전성은 유지된다는 기술적 평가를 받았지만 보수작업은 원자력계의 숙제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Ni 도금법을 이용한 클래딩 손상 보수기술’의 표준절차와 관련 설비를 개발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14일 밝혔다. 원전의 손상부는 수많은 검증실험을 거친 표준절차서에 의해서만 보수할 수 있는데 이번에 표준 절차서를 개발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게 완성했다.
| Ni 도금법을 이용한 클래딩 손상 보수 장치(도금액 저장 탱크 및 이송 펌프) 모습.(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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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원자력연은 2013년 기술을 개발해 국제 기술 표준인 ASME 인증을 받았다. 이후 기술 표준을 구현하도록 보수표준절차와 장치를 개발해 왔다. 이번 기술은 물속에서 작업자가 직접 열을 가하는 용접작업법과 달리 재료변성이나 작업자의 방사선 노출을 피할 수 있어 국내 원전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수출도 이뤄낼 수 있다.
실제 원전에 적용하면 원격으로 금속 보호막을 만들어 보수할 수 있다. 특수 제작한 장치로 니켈 성분을 함유한 도금액을 손상 부위에 공급하고 전류를 흘려 보호막을 생성하는 원리다. 용액을 펌프를 통해 원자로 하부 손상부위까지 전달하면 로봇이 도금액을 살포한다.
원자력연은 이번 기술이 미국 규제기관(USNRC) 기술검토 승인을 받도록 미국 전력연구소(EPRI)와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발전소에서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원자로 용기 손상부 보수에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기술검토 승인 통과 후에는 원자로 용기 손상을 보수하는 국제 원자력 표준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황성식 재료안전기술개발부 책임연구원은 “원자로 안에 작업자가 들어가 보수 작업을 할 수있지만 고방사능구역이라 작업에 한계가 있었다”며 “실제 작업을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원자력계의 골치 아픈 부분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국내 원자력 원천기술이 원전 안전성 증진을 위해 현장에 직접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미국 규제기관의 승인까지 받게 되면 본격적인 해외 기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