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 1시간 있었는데...가족 중 마스크 안 쓴 나만 걸려"

  • 등록 2020-03-04 오전 9:28:47

    수정 2020-03-04 오전 9:28:47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확진자가 자신의 감염경로와 증상을 설명하며 “마스크를 꼭 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예식장 사진/ 출처=이미지투데이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익명으로 출연한 A씨는 지난 16일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 소재 예식장을 다녀온 후 감염됐다고 밝혔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A씨 가족들은 11시 50분에 도착해서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하고 1시에 대구를 떠났다. 그는 “그 짧은 기간에 엘리베이터인지 화장실인지 식장인지 모르게 그냥 감염이 됐던 것 같다”며 “아직도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당시 국내 확진자가 30명이 되지 않았던 시점으로, 서너팀이 동시에 식을 올린 해당 예식장에서 마스크를 끼고 있던 사람은 자신의 가족들뿐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제 아내와 아들이랑 셋이 내려갔는데 아내가 저보고 마스크를 꼭 쓰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안 꼈다”면서 “그런데 와이프 말만 들었으면 하는 후회가 된다 지금은”이라고 토로했다.

예식장에서 마스크를 썼던 아내와 아들은 무탈했지만 A씨는 이틀 뒤부터 오한 증세를 느꼈다. 다음 날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 했으나 그 다음날인 목요일 다시 오한이 찾아와 종합 감기약을 먹었다. 금요일 새벽에는 한기로 잠을 깰 정도였다고 한다. 발열과 목과 어깨 부분 근육통까지 느껴졌고 기침은 크게 하지 않아, 감기몸살 걸렸을 때와 비슷한 상태였다고.

이어 A씨는 “금요일 저녁에는 열이 38도까지 올라갔고, 고열과 근육통이 순식간에 동시에 나타났다. 눈을 못 뜰 정도로 아팠다. 그때도 기침은 안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날인 토요일(21일) A씨는 1399로 전화를 걸었고 음압병동에 가게 됐다.

A씨는 “스스로 자책을 좀 많이 하고 원망도 많이 했다”면서 “저로 인해 장모님과 직장 동료 한 분이 감염돼서 그 두 분한테도 많이 죄송하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어 “마스크 지금 구입하기 힘들지만 집에 있는 마스크라고 꼭 쓰고 사회 활동하시고 공공 시설이나 사람 많은 곳 참석은 가급적 자제해 개인 건강을 꼭 챙기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나로 인해 내 가족 또 내 직장 동료 모든 분들이 또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저도 짧은 시간에 감염이 됐는데, 절대로 방심하지 마시고 스스로 개인 위생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신다면 코로나19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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