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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형식(가명·18)군은 두 달 전부터 같은 강남권인 삼성동 오피스텔에 월세 임대로 들어가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남들이 보면 지방에서 상경한 자취생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김군은 태어나 한번도 이사한 적이 없는 ‘강남 토박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집에서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고 오피스텔에 들어가 대입 입시를 준비하는 학교 친구들이 늘면서 김군도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오피스텔 생활을 결심했다. 오피스텔에 사는 친구들 대부분이 의지를 가지고 공부한 덕분에 성적이 좋아진 것을 보고 본인 또한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모를 설득했다.
김군은 “우리 반 총 인원 수가 35명인데 그중 12명이 오피스텔 생활을 하면서 다들 성적이 좋아졌다는 반응”이라며 “나 또한 아버지를 설득해 오피스텔에서 공부하면서 중간고사 전에 점검 차원에서 보는 예비시험 등수가 기존 25등에서 16등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현재 김군은 전용면적 26㎡(보증금 1000만원·월세 80만원) 규모의 오피스텔에 주말을 제외하고 거주하면서 부모가 쥐어준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군은 오피스텔에서 도보로 한시간 거리인 압구정동에 있는 학교에 매일 버스를 타고 등교하며 도보로 30분 거리인 대치동 학원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사실 김군은 학교와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을 잡고 싶었지만 주변 오피스텔이 임대한 사람들로 꽉 찬 관계로 그나마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운 삼성동 오피스텔에 자리를 잡았다. 부모님이 사는 청담동에서 다니는 것보다 등교 시간은 훨씬 더 걸린다. 하지만 오피스텔의 장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다.
김군은 “나를 포함해 친구들 대부분이 공부 외에 딴 짓을 하지 않겠다는 부모님과의 약속 하에 오피스텔 생활을 한다”며 “딴 짓을 하다가 부모님한테 걸리면 방을 빼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30일 강남권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김군과 같이 지난해 말부터 공부를 하기 위해 오피스텔 월세 임대를 원하는 강남권 고교생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남 오피스텔 수요가 급증하면서 강남권 오피스텔 월셋값이 치솟고 있다. 실제로 임대정보업체 렌트라이프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공개된 올해 1∼4월 오피스텔 실거래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오피스텔시장에서 월세를 올린 지역은 강남구가 유일했다.
전용면적 20∼40㎡ 오피스텔 월세는 지난해 대비 올해 강남구가 평균 4만7000원 올랐다. 반면 마포구와 송파구는 각각 17만9000원, 16만3000원 내렸고 용산구도 2만9000원 하락했다.
올해 오피스텔 평균 월세는 강남구가 80만원으로 용산구(70만원)나 마포구(67만원), 송파구(52만원) 등보다 10만원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2년 1월부터 2013년 4월 말 현재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오피스텔 월세거래량 1294건을 분석한 결과 강남 마포 송파 용산 4곳에서 589건이 거래됐다. 강남은 286건, 마포 86건, 송파 100건, 용산 117건이 거래된 반면, 나머지 21개구는 50건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말부터 강남권 고교생들이 학원가가 몰려있는 대치동이나 삼성동 등 오피스텔에 월세임대로 들어가 거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며 “원래 강남권 오피스텔에 대기업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한데다 최근 고교생들까지 몰려 자연스레 월셋값이 오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남권 학부모와 학생들이 오피스텔 전용면적 26~28㎡(보증금 1000만원·월세 80~90만원·1년 계약)를 선호한다”며 “다른 지역 학부모로서는 마련하기 힘든 경제적 여건인데 월셋값을 선뜻 내는 것을 보면 ‘역시 자식 공부를 시키기 위해 모든 다하는 강남권 학부모’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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