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게이츠 저커버그가 나오려면

  • 등록 2013-03-18 오후 1:47:06

    수정 2013-03-18 오후 1:47:06

한국에서도 게이츠, 저커버그가 나오려면

김희중 산업에디터 thomas@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일자리와 혁신이다. 지난 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39.0%로 외환위기로 대량 실업사태를 겪었던 1999년2월(38.9%)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20대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16만명이나 줄어 10개월째 계속 줄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혁신의 부족이다. 삼성과 애플간의 특허소송 등에서 보았듯이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리스크를 과감히 수용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최초 참여자)’가 되지 않으면 도태된다. 소니, 노키아가 이를 실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와 최문기 장관 내정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 장관 후보자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개방형 혁신과 아이디어”라고 정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내의 인재들을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로 키워 미래 한국의 주축으로 삼겠다”고 말한 것과도 맥락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이런 동력은 결국 사람과 기업의 혁신에서 만들어진다. 인류 역사는 시대가 변할 때마다 혁신적인 새 기술이 등장해 세상을 바꿔놓았다.

미국 경제가 흔들거리면서도 여전히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벤처의 산실인 실리콘 밸리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벤처창업에 뛰어들어 혁신적인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대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고 응용하면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며 국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혁신을 통한 창조경제를 꽃피우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창의성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교육과 어릴 적부터 기업가정신을 키워줘야 한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학창시절부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기업으로 키웠다. 게이츠의 경우 중학생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고등학생 때는 자동차 통랭량 분석기를 개발해 회사를 만들었다. 저커버그 역시 중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고등학교 때 인공지능을 이용한 음악 재생기를 만들었고 하버드대 2학년때 벤처회사 페이스북을 세웠다. 게이츠와 저커버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교육과 기업가정신이다. 우리처럼 중·고교시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어진 과목의 문제풀기에만 시간을 보냈다면 그런 기회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창조경제가 뿌리 내리려면 단기성과에 집착해서도 안된다. 거품으로 끝났던 1990년대 후반 일었던 벤처 붐의 재판이 돼서는 곤란하다. 1차 벤처의 실패를 교훈삼아 무조건 퍼주는 벤처정책은 절대금물이다.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비롯해 창업아이템을 제대로 평가하고, 창업자에게 기술과 자금을 연결해주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번 실패하면 매장당하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업에 한번 실패하면 벼랑으로 떨어진다. 가산을 탕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더 이상 재기하기 어렵다. 패자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면 젊은이들의 도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청년들 사이에 벤처붐이 일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등록된 회사가 2만7000여개를 넘었고 이 가운데 1만개가 최근 2년새 생겨 났다. 과거와 달리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벤처가 늘고 창업자의 전공도 이공계에서 인문사회과학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그릅도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엔진니어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창조경제를 외친 박근혜 정부에서 젊은이들이 창업대열에 과감히 도전해 한국판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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