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정치공방 비화..국회도 `좌초`

野 "은폐 의혹..진상조사 벌여야" 대여 공세 강화
與 "실종자 구조가 먼저" 일축..여론 악화는 경계
  • 등록 2010-03-30 오후 1:33:58

    수정 2010-03-30 오후 3:27:11

[이데일리 장용석 기자]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과 실종자 수색 작업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여야간 정치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사고 닷새째인 30일 이번 사고를 두고 각종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점을 들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구성과 국방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한 긴급 현안질의를 요구하는 등 전면 공세에 나섰다.

그러자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금은 뭣보다 실종자 구조.수색이 우선이다"고 맞서는 등 `천안함 블랙홀`에 좌초하지 않기 위해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사고 발생 이후 여당과 마찬가지로 생존자 구조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온 민주당이 돌연 태도를 바꾼 배경은 이번 사고의 원인에서부터 초동대처 과정 등 모든 면에서 여권의 책임론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이 정부 당국의 사고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것은 소위 `전투력`이 강한 박영선, 박지원, 송영길 등 당 소속 정보위원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대여(對與) 공세의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란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민주당은 그동안 성숙한 태도로 (이번 사고의 수급 과정을) 지켜봤지만 뭔가 분명히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군(軍) 당국이나 정부가 시간을 끌면서 은폐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불신과 의혹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측 정보위 간사인 박영선 의원도 "어제(29일)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발언 가운데 북한 관련 답변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정부와 군 당국이 감추려 하고 밝히기 싫어하는 것을 국회가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군과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북한 개입`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상황.

그러나 김 장관은 전날 국방위 답변에서 최근 북한 동향과 관련, "북한이 어떤 짓을 해 놓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침묵)할 수도 있고, 또 오해를 안 받기 위한 행위일 수도 있고,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사실상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도 "정부가 처음엔 북한 개입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다가 어제 국방 장관은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면서 "일방적 발표만으론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수 없다. 국회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앞서 선진당은 사고 발생 이틀 뒤인 지난 28일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촉구한 바 있다. 진보신당과 창조한국당 등 다른 야당 역시 국회가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고에 대한) 현안질의는 4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진상조사특위 구성은 실종자 구조가 마무리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면서 야당의 요구에 대해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사고 원인과 관련해 근거 없는 추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는데, 이는 사태수습에 전혀 도움 안 되고 국민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며 사고 은폐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정몽준 대표의 경우 사고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원내교섭단체 대표 라디오 연설을 통해 "차분하고 단합된 힘이 절실한 때에 국민들은 (정부 당국의) 실종자 수색과 조사 작업을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정치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겠지만, 지금 같은 사태가 계속되면 선거 국면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3월 국회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마당에 4월 국회마저 정쟁으로 일관한다면 결과적으로 여(與)든 야(野)든 좋을 게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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