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거래세 설마했는데…증권업계 `화들짝`

재정위 과세동조에 "이러다 정말"…업계 당혹
"검토보고서에 오류도" 지적…단체행동도 검토
  • 등록 2009-11-13 오후 3:10:02

    수정 2009-11-13 오후 3:10:02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선물·옵션상품에 거래세를 매기는 법안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가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설마 설마"하던 증권업계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13일 국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장내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자며 발의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에 대해 동조하는 검토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날 김광묵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투기적 거래 억제효과와 조세 형평성 제고를 이유로 찬성 입장을 보였고 대통령령으로 세율을 조정할 수 있어 시장 위축과 상품경쟁력 저하를 막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검토보고는 국회 재정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논의할 때 기본적인 판단 근거가 되는 만큼 향후 법안 심사과정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증권업계는 물론 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시장참가자 등 반대 목소리가 워낙 높은데다 지난 9일 열린 관련 간담회에서 서병수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재정위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며 업계 손을 들어줬던 만큼 법안 통과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토보고가 이렇게 나오자 "증권거래세법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던 증권업계는 "이러다 정말 통과되는 것 아니냐"며 당황해하고 있다.

더구나 완곡한 표현이긴 했지만, 이 검토보고서가 제시한 이유들은 현재 업계나 시장에서는 주장하고 있는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반대논리를 정면적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증권업계가 느끼는 부담은 더 커 보인다.

이처럼 상황이 다시 달라졌기 때문에 업계 대표들이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거나 국회를 방문하는 등 뭔가 액션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이날 검토보고서 내용중 일부 정확하지 않은 대목들이 있다며 재정위에 문제제기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검토보고서는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과세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정교한 조세체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실제 미국에서는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국가별 수수료 비교에서도 환율과 지수를 3년전 데이터를 써 현 시장상황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결국 과세를 둘러싸고 반대하는 업계와 시장, 정부측과 찬성하는 국회쪽의 논리 대결은 물론 검토보고 자체에 대한 논란까지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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