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굴욕`..10년만에 신용등급 강등

피치, 최고 등급서 한 단계 낮춰
판매 감소에 엔화 강세로 `휘청`
내년도 자동차 시장 전망 어두워
  • 등록 2008-11-26 오후 2:05:00

    수정 2008-11-26 오후 2:05:00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내실경영`, `혁신경영` 등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아 온 도요타도 글로벌 경제 위기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속히 줄어든 데 이어 급기야는 최고 수준을 유지해 오던 신용등급마저 강등됐다.

글로벌 위기로 인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로 대표되는 미국 `디트로이트 빅3`가 무너져도 도요타만은 끄떡없을 것이란 전망이 무색해졌다.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기까지는 앞으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이다. 특히 엔화가 계속해서 강세를 나타내며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 신용등급 10년만에 강등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6일 도요타의 선순위채권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은 지난 17일 내린 `부정적(negative)`을 유지했다. 더 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피치를 포함한 국제 신용평가사가 도요타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지난 1998년 무디스가 도요타의 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으로 낮췄지만, 2003년에 다시 `Aaa`로 높였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1985년 이후 도요타에 대해 가장 높은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피치의 미즈노 다쓰야 이사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위기가 지속되는 와중에 도요타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급격한 엔화 절상, 주요 자동차 시장의 침체, 높은 원자재 비용 등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실적과 현금 흐름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상치 못했던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요타는 각 지역에 대한 투자와 제품 믹스, 사업 확대 속도 등의 전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S&P와 무디스는 도요타의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낮추지 않았다. 그러나 피치가 등급을 하향한 점으로 미뤄볼 때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조치도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 도요타, 글로벌 판매 둔화 `위협`

도요타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도요타의 북미 시장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980년 이후 가장 큰 연간 감소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급격한 매출 감소로 인해 도요타는 올 회계연도 상반기에 북미 시장에서 영업손실 346억엔을 기록했다.

레베카 린드랜드 IHS글로벌인사이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신용 위기와 자동차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는 없다"며 "특히 자동차 업계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했다.

위기는 감산과 감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영국과 프랑스, 터키 공장에서의 감산을 결정했고, 미국 미시시피주에 신규설립 중인 공장 가동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일본 내 비정규직 직원수도 6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일 방침이다.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하며 도요타의 주가는 올 들어 51% 하락, 1975년 이후 최악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 앞으로의 전망도 어두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 추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의 위기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피치의 미즈노 이사는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 위기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회복되기까지는 앞으로 2~3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엽계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GM은 전체 자동차 업계의 내년 미국 시장 판매량이 1170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전망치는 1981년 이후 최저인 1000만대다.

치솟는 환율도 도요타의 부담을 더해주고 있다. 올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18%, 유로에 대해 32% 각각 상승했다.

도요타는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달러-엔 환율을 평균 105엔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상승한 결과 26일 오후 1시40분 현재 환율은 95.10엔을 기록중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1엔 하락(엔화 가치 상승)할 때마다 도요타의 연간 영업이익은 400억엔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드릭 기츠 피치 애널리스트는 "지금처럼 깊은 경제 위기 하에서는 최강의 회사들조차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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