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건교 1년7개월..뭘 남겼나?

  • 등록 2006-11-14 오후 2:49:35

    수정 2006-11-14 오후 2:49:35

▲ 13일 청와대에 사의를 전달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13일 사의를 청와대에 전달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소탈하고 친화력 넘치는 관료로 평가 받아왔다.

경북대 사회교육학과 출신인 추 장관은 경남 함양고, 경남 거창 위천중 교사를 거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장관에 이르기까지 공보관, 주택도시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 등 건교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추 장관이 이렇게 관료로서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소탈한 성격에 업무추진력과 친화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건교부 내에서 고시 출신 중 처음으로 공보과장 및 공보관을 지냈으며 기획관리실장 시절에는 국회의원들로부터 `명(名)실장`이란 평을 듣기도 했다.

1989년 신도시 발표 당시 실무 책임자인 신도시기획과장으로 대형 국책 사업을 무리 없이 수행했고, 기획관리실장 시절에는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진두지휘해 정부 내 대형 국책 사업 전담 공무원이란 별명도 얻었다.

현 정부 들어 건교부 차관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 17대 총선을 맞아 현직 관료로는 최초로 구미지역 출마 선언을 해, 당시 영남지역 내 인물난에 허덕이던 여권에 숨통을 틔워줬다.

비록 낙선했지만 작년 4월 건설교통부 수장(首長)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관료로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추 장관은 소탈한 성격답게 재산에는 큰 관심이 없어, 현재 사당동에 중소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방배동에 전세를 살고 있다. 마포에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히려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될 정도로 재산가치는 떨어진다. 한 때 논란이 됐던 전 한현규 경기개발원장과의 금전 거래(5000만원 차입)도 주식투자로 날렸다.

◇17대 구미 출마 낙선 후 건설교통부 장관 복귀

추 장관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쟁점으로 부각 될 때마다 자신의 소신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은 물론 야당에 공세적인 자세를 굽히지 않아, 때론 구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실제 2005년 6월 9일 국회 경제 사회 대정부 질문에서 추 장관은 열린우리당 유필우 의원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군청 수준' 이라는 당시 이명박 시장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2~3초간 실소를 거듭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당시 그는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뒤 "이 시장이 그간 청계천 개발이나 시청앞 잔디를 까는 전시행정을 해왔지만 서울시를 바꿔놓겠다고 하면서 내세운 뉴타운 개발은 추진 실적이 없다"고 정면 대응했다.

이어 8월 23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과 추 장관이 뉴타운 개발 문제로 언성을 높여가며 설전을 벌였다.

추 장관은 정 의원에게 “위원님은 서울시장 대변자입니까”라고 돌출발언을 하자, 정 의원은 “당신 지금 무슨 얘기 하는 거냐”고 따졌고, 추 장관은 다시 “당신이라니…”라며 막말이 오갔다.

이런 점을 들어 정가 일부에서 추장관이 정치적 야망이 큰 게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5.31 선거 당시 경북지사 후보로 강력한 권유를 받았지만 부인의 위암 투병 후 간호하느라 출마를 포기하면서 세간의 소문은 수그러들었다.

추 장관이 장관으로 등용할 당시에는 대형 국책 사업 전문가와 소탈한 성격, 언론, 국회와의 유연한 관계 등을 이유로 난맥같이 얽혀 있는 부동산 문제 해결사로서 최적의 인물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취임 이후 그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어, 세간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재임 기간 중 8.31 대책, 3.30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 이상 올랐고, 특히 검단신도시 발표를 사전에 언급해 수도권 일대를 투기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 추병직 장관 "공급 확대" vs 청와대 "투기수요 억제책" 갈등

이처럼 추 장관이 주택 정책에 실패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가에선 추 장관의 주택 정책 패러다임과 현 정부의 패러다임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추 장관은 참여정부가 그동안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온 신도시 건설(공급 확대책)을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비책으로 꼽아왔다. 이는 1기 신도시 이후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을 추 장관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청와대)는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투기수요 때문으로 보고 공급보다는 투기수요 억제책에 무게를 둬 왔다.

10.29대책과 8.31대책을 통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세금폭탄' 수준으로 올리고, 재건축 아파트에 각종 부담금을 물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한 것은 모두 투기수요를 잡기위한 조치였다.

결국 참여정부는 집값을 잡기위해 투기수요 억제책을 메인카드로, 공급 확대책을 보조카드로 활용해 온 것이다.

참여정부가 공급 확대책을 메인카드로 올리지 못한 것은, 이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전략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대거 지을 경우 지방으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옮긴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도시 개발론이 나올 때마다 초기 진화에 나섰다.

추 장관이 지난 2005년 6월 10일 "집값 문제는 결국 공급확대로 해결해야 하며 판교처럼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를 계속 건설하겠다"고 밝히자, 청와대가 즉각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의 하나로 신도시 문제가 거론될 수 있지만 단기적 차원에서 신도시 건설이 논의된 적은 없다"고 틀어막고 나섰다.

결국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 때 추 장관의 사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한계와 신도시 돌출 발언 등 세련되지 못한 언행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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