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설비투자 행태의 구조변화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에 설비투자중에서 수입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1.7%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국산재 비중은 2004년 50.7%에서 작년에는 48.3%로 떨어졌다. 설비투자중 수입재 비중은 2002년까지도 30%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2003년 40.9%, 2004년 49.3% 등 가파르게 높아졌고 드디어 지난해에는 국산 비중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수입재의 설비투자 비중이 급상승한 것은 국내 산업이 IT위주로 재편되는 등 구조변화의 영향이 크다. 반도체, 영상음향통신 등 IT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했지만, 소재나 부품 등의 기술수준이나 국산화율이 낮다 보니 핵심부품과 장비를 수입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IT산업과 수입자본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자본재 형태별 설비투자도 차별화시키고 있다. IT기업의 외국산 기계 수입이 늘어나면서 기계류 투자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가 부진해 운수장비투자는 2003년부터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김봉기 과장과 김정훈 조사역은 "최근 설비투자의 부진은 IT중심의 산업구조 변화 등 구조적 제약요인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00년 이후 기업들이 과잉투자 조정에 나서면서 설비능력을 증가시키기 보다는 최소한의 기존설비만을 유지보수하면서 자동화투자 등 합리화 투자와 같은 질적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T중심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은 설비투자를 기업규모간, 산업간, 내외수간 차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기업 설비투자는 최근에도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기계류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선박 항공기 등 운수장비투자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반면 중소기업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수장비 모두 부진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IT업종의 기계류투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비제조업은 기계류와 운수장비 투자가 모두 저조하다. 수출기업은 설비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내수기업은 소비부진 등으로 투자활동이 저조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