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경기에 대한 신뢰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바탕으로 금리 인상설이 힘을 받으면서 모기지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재해 복구에 따른 수요도 전체 시장 흐름을 되돌릴만큼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표도 엇갈리고 있어 주택 보유자들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기존 주택 평균 가격은 사상 최고 속도로 상승했고 모기지 금리는 카트리나 직후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7월 기존 주택 판매가 줄어들며 올들어 두번째 감소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설 무게..집값 꺾이지만 `연착륙`할 듯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1년 이후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진작을 위해 연방기준금리를 1%까지 떨어뜨리면서 모기지금리가 크게 하락한 것이 주효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8~9%대이던 30년 모기지 금리는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 올들어 5%대 후반까지 떨어졌고 이 기회를 틈타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급팽창했다. 여기에 각 시중 은행들이 모기지론 대출 조건을 완화하면서 주택 수요를 부추겼다.
FRB가 지난해 6월 이후 10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지만 모기지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주택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FHEO) 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라스베가스나 캘리포니아 베이커즈필드 등의 주택가격은 100%를 넘어섰다.
이처럼 집값 상승이 저금리로 시작된 만큼 카트리나 이후 금리 추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수다.
일단 FRB의 입장은 금리 상승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카트리나로 인한 경기 부진 우려가 제기되며 금리 인상 기조가 중단되거나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았지만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와 인플레 우려로 기존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기지 금리도 9월 첫째 주에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가 지난 주 보합세를 기록, FRB의 금리 결정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 달 잭슨 빌 회의에서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충격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경제 유동성 확보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며 자산가치 과열에 대해 우려한 점도 FRB가 금리를 통해 주택 가격의 지나친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금리 인상 정도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받을 타격은 달라진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금리 정책을 다뤄 온 그린스펀 의장의 성향에 주목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며 부동산 시장도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는 선에서 연착륙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FRB가 점진적이고 완만한 통화 긴축 정책을 통해 주택 시장의 연착륙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트리나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과열된 주택 시장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거품이 커질수록 붕괴됐을 때의 충격은 더 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실업 부담 가중..구매력·주택수요 `찬물`
지난 8월 비농업 신규고용은 16만9000건 증가하며 전월 24만2000건보다 감소했지만 카트리나로 인한 실업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9월에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7일 발표된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카트리나 피해로 최고 4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재건사업으로 인한 신규 고용 효과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도 문제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한달새 2.34달러에서 3.03달러로 상승했다. 물가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나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주택 구매자들의 구매력과 주택 구매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근 몇년간의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세가 끝나가고 있다는 증거도 많다. 지난 6월 신규주택 가격이 21만9500만달러로 떨어진 반면 7월 기존 주택판매는 2.6% 감소했다. 모기지뱅커스어소시에이션이 측정하는 모기지 수요 지수는 지난 8월 말 470.6으로 6월 최고치 529.3에서 11% 떨어졌다.
워싱턴 DC 교외지역 주택시장의 지난 7월 단독 주택 계약건수는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제 집을 빨리 팔기 위해 집주인들에 주택을 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메릴린치 북미담당 최고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 주택 및 콘도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모기지 신청자수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주택 경기 호황이 끝나 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메사추세츠주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잭 코튼은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던 1년전부터 주택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카트리나 이후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주택 시장 둔화가 예상돼 고객들에게 매물로 나와있는 다른 집들보다 호가를 5% 낮추라고 조언하고 있다”면서 “가격을 낮춰 받기 싫다면 미국 경제가 카트리나의 충격에서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1년 이후에나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택 구매열기 지속.."부동산 붐 이어진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모기지금리는 여전이 낮으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은 여전히 많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미 부동산중개업업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의 데이비드 레레아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존주택 가격은 평균 21만8000달러로 올랐다. 미 연방주택기업감독청에 따르면 올 2분기 24개 주와 워싱턴 DC의 주택 가격은 연율로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 주 30년 모기지금리가 변동하지 않은 반면 나머지는 경기 성장 둔화 예상으로 하락했다. 15년 금리는 평균 5.32%에서 5.30%로, 1년마다 조정되는 단기 모기지금리(ARMs)는 평균 4.48%에서 4.45%로 떨어졌다.
프랭크 노다프트 프레디 맥 부사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피해 지역 재건 수요가 건설 자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택 건설 비용도 2~3%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모기지 금리는 낮아지면서 가격 상승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가옥 파괴로 수요 급증..건축 자재·인력 부족도 가격 올릴 것
허리케인으로 멕시코만 지역의 가옥이 상당수 파괴되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 부동산 시장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특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NAR에 따르면 카트리나로 최소 20만호의 주택이 파괴됐으며 뉴올리언즈에서는 전체 주택의 80%가 재건축돼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카트리나 피해지역에 인접한 휴스턴, 애틀란타, 배튼루지 등의 주택 구매 및 임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수재민들이 몰려들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예상한 투기 세력까지 붙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데이비드 레레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카트리나 덕분에 집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적으로 재고는 부족한 상황에서 집을 잃은 피해 지역 수재민들의 주택구매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임대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 그는 이에 따라 올해 기존주택과 신규주택 판매가 전년 대비 각각 3.4%, 6.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NAR는 전국 평균 기존주택 가격은 올해 10.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용이 낮은 지역에 대한 주택 건설이 집중되면서 평균 신규주택 가격은 올해 3.8% 상승한 뒤 내년에는 6.2%로 다소 빨리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피해 지역 재건축 수요로 건축자재가 부족해질 것이며 결국 건축 비용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업이 우려되지만 이 역시 재건 수요로 벌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력파견업체인 맨파워의 조레스 회장은 "카트리나 피해복구를 위한 건설인력 등 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카트리나의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체 고용시장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재건 특수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AP통신은 카트리나로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지이 지난해 건축허가가 미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불과했다며 복구 특수가 미국 주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미국 주택 가격이 더 이상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