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홍정민기자] 종합주가지수가 10년만에 최고치를 돌파, 대세 상승국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자체 주식투자 규모 확대, 주가지수연동예금, 적립식펀드 등 주식관련 상품 판매 강화 등 10년만에 찾아온 활황장을 수익의 발판으로 삼을 호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세 상승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증시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고민도 동시에 안고 있다.
◇"조정받으면 주식 사들이겠다"..운용규모 확대는 "글쎄"
시중 은행들은 현재 적게는 3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 한도로 주식을 운용하고 있다. 지수 상승기에는 매도를 늘리고 하락기에는 저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것.
평상시에는 한도보다 적은 수준에서 투자하지만 최근처럼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 운용규모가 한도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현재 각 은행 주식운용 담당자들은 최근 지수가 급격하게 올라 조정기간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으로 같이하면서 조정국면에 접어들 경우 주식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식투자를 위해 책정된 한도 자체가 늘어날 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연간 경영 전략으로 연초에 책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500억원 한도내에서 평잔 300억원 가량을 운용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조정국면에 진입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주식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업 수익 구조 개선, 저금리 기조, 증시 수급 등 환경이 이전과는 다르다"면서 "큰 그림으로 보면 저항선을 돌파한 것으로 보여 증시가 과거처럼 다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레벨 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재 300억원보다는 좀 더 많은 규모로,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경영 전략 파트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대세 상승 국면이 완전히 확인되면 은행 차원에서 주식운용 한도가 500억원 보다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은행 역시 현재 2000억원 안팎 수준에서 주식을 투자하면서 지수흐름을 관망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오르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적립식 펀드, 변액보험 등 유동성 유입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주가전망이 좋지만 최근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조정을 받으면 운용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역시 조정기까지는 추가 매수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 단기급등 부담이 있어 현 시점에서 추격매수는 자제하고 있다"면서 "다만 조정국면이라고 판단이 되면 적극적으로 운용할 것이며 1000억원 한도까지 투자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도 확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00억원 한도에 평잔 1000억원 가량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웬만하면 연초에 정해놓은 규모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도 아직 대세 상승을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주식운용 규모 자체를 확대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상품 판매 적극..상품 구조·투자자산도 `다양화`
지난해 말 증시 상승 기조가 감지되면서부터 은행들은 주가 관련 예금 상품(ELD)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상품 종류도 갈수록 다양화, 코스피200, 닛케이225 등 국내외 주가지수나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개별 종목, 환율 등에 연동된 상품에서 최근에는 고객이 금리 수준, 투자자산 등을 직접 고를 수 있는 `맞춤형` 상품까지 나왔다.
은행들이 이처럼 ELD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증시 활황으로 고객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ELD 판매를 통해 수신고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국민은행(060000)은 올초부터 지난 13일까지 개별 종목, 주가지수 등 주가와 연동된 예금을 모두 20회 판매했으며 총 판매규모는 1조9758억원에 달한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역시 올들어 지난 6월까지 금값, 유로, 대만달러, 개별주가 등에 연동된 상품을 10개 이상 출시했으며 총 판매규모는 조흥은행이 3046억원, 신한은행이 2540억원을 기록했다.
또 이미 시장 흐름을 읽고 ELD를 적극적으로 개발, 판매하고 있는만큼 `대세 상승기`라고 해서 전략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초부터 계속 ELD상품만 개발하고 있으며 출시 횟수나 규모를 늘린다거나 하는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상황에 따라 융통성있게 조금씩 확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주가가 상당히 오른만큼 하락 가능성을 대비해 `하락형`을 준비하거나 블루칩 등에 투자, 지수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상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지수관련 상품은 1년정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지금 상승장이라고 상승형을 발매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일 수 있다"면서 "상승형, 하락형, 양방향형 등 구조를 다양화시켜 고객 수요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주식시장이 활황을 타게 되면 주가지수 연동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와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며 "주가 방향, 투자자산 등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 은행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주식형 펀드 등 간접상품을 대대적으로 판매해 수수료 수입 증대를 노려볼 수도 있다.
일부 은행들은 이번 지수 상승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에 예금보다는 각종 펀드나 투신사 간접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 보다 적극적인 펀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자금이탈 가능성 `희박`..주식투자·예금 "자금 성격 달라"
일각에서는 증시 활황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 은행 수신도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예금과 주식투자자금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수신담당자는 "주식투자 자금과 은행 예금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증시가 활황이라고 수신이 크게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 예금 금리로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이미 부동산이나 MMF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 흐름이 달라졌다고 예금이 대대적으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 변액보험, 연기금 등으로 자금이 차분이 들어오는 등 주식투자 패턴이 간접투자로 변하고 있다"면서 "또 목돈투자는 오히려 부동산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