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황현이기자] 러시아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자산규모 88위인 소드비즈니스은행이 면허가 취소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70위인 크레디트트러스트은행이 조만간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2개 대형은행이 잇따라 위기에 처하자 일각에서는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귀결됐던 1998년에 버금가는 금융대란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불안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 경우 예금 인출이 봇물을 이루는 한편 은행간 자금 거래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금융 및 산업계의 지배구조에 대한 크레믈린궁의 강력한 개혁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범죄집단의 돈세탁 및 세금 탈루, 자금횡령 등을 이유로 소드비즈니스은행의 사업권을 박탈한 러시아 정부가 앞으로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탁을 끊기 위한 사정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레디트트러스트은행의 파산설은 소드비즈니스은행과의 소유구조 관계가 결정적인 배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당국은 또한 현재 10개 이상의 다른 은행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금융계의 막대한 동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며 불안론을 진화하고 나섰으나 일반 예금주의 행동을 통제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인 코메르상트에 따르면 당국이 소드비즈니스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이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크레디트트러스트에 예치된 전체 개인예금의 4분의1에 해당하는 700만달러 가량이 인출됐다.
이와 관련,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번 사태를 1300~1400개 은행이 산재해 있는 러시아 금융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편되는 과정의 일환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당국의 강경책으로 시작된 이번 파문이 20대 은행까지 확대될 경우는 문제가 심각해지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