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남긴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조 파업이 일단락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22년간 주인 없는 회사로 방치돼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놓고 통매각이든, (사업부문별) 분할매각이든 모든 방안을 놓고 재검토할 시점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12조원에 가까운 혈세를 투입한 상황에서 더이상의 손실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조선 3강 체제에서 2강으로 압축하는 ‘통매각’에 나서거나, 이마저도 어렵다면 ‘분리 매각’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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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1998년 대우그룹이 무너진 후 산은 관리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산은은 과거 2008년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매각이 무산된 후 여러 차례의 매각 시도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결국 무산됐다.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이 올해 초 기업결합에 반대를 표하면서 결국 인수합병에 실패한 것이다.
애초 정부는 당분간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에 주력한 뒤 시기를 봐서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51일에 걸친 하도급노조 파업으로 대우조선 부실 문제가 부각되면서 분리 매각 등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시 매각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말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4413억원이다. 하지만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7280억원이다. 이 차입금을 모두 차환한다고 해도 운전자금 등으로 돈이 필요해 ‘자금 줄타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과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자금지원 창구도 막혔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증자나 대출을 받아야 연명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이어져도 이번 파업 충격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살아날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각 방안 중 하나로는 업계 3위인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이 꼽히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4차례나 역임했던 정성립 전 사장은 “대우조선 매각 이슈에는 국내 조선업계가 직면한 인력 효율화 등 중장기적인 과제도 얽혀 있다”며 “지금과 같은 3강 체제에는 과잉 투자나 중복 인력이 상당한 만큼 궁극적으로 2강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조선사 2위인 대우조선은 덩치도 커 통매각에 어려움이 따른다면 분할지분매각도 묘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방산과 LNG(액화천연가스)선, 상선 부문을 떼어내 파는 방안이다. 특히 군함 잠수함 등을 만드는 방산사업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돼 있는 만큼 정부가 지분을 갖거나 국내 방산업체에 매각하고, 선박 부문은 국내에서 인수 희망자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분리매각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원하는 매수자가 나오면 우선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밖에 지금으로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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