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세로 타계한 ‘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지난해 그의 부인 마이케 콜 리히터와 함께 자택 앞을 나서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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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1990년 베를린 장벽을 허물면서 냉전 시대 종식에 큰 발자취를 남긴 ‘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요제프 미하엘) 콜 전(前) 총리가 16일(현지시간)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어린 시절 제2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유럽 통합의 꿈을 키우고, 성인이 된 뒤엔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면서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그는 고향인 독일 서남부 라인란트팔츠주(州) 루트비히스하펀 자택에서 아내 마이케 콜 리히터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졌다.
콜 전 총리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초석을 다지면서 현 EU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키가 190㎝, 몸무게가 117㎏에 달하는 거구여서 머리가 작고 몸통이 큰 서양식 배를 뜻하는 ‘비르네(birne)’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현 독일 총리의 정치적 멘토로도 유명한 그는 1991년 통독 초대 내각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메르켈을 임명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그 덕분에 다른 수백만명처럼 독일민주공화국(옛 동덕)을 떠나 자유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꿔놨다”고 말했다.
1930년 4월3일 보수적인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난 콜 전 총리는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기독민주연합(CDU·현 기독민주당)에 입당, 1959년 라인란트팔츠주 최연소 주 의원, 1969년 역대 최연소 주 총리를 거쳐 1980년 CDU 대표가 된다. 불과 2년 뒤인 1982년엔 독일 지도자로 거듭나며 집권 후 1984년 독-프 간 전쟁 주 무대인 베르됭에서 미테랑 대통령과 만나 프랑스와 화해하고, 1987년 동독 지도자 에리히 호네커를 맞아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닦는 등 세계사에 남을 만한 정치적 업적을 쌓아나간다. 그러다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계기로 통일 정책을 밀어붙여 1990년 통일 독일의 첫 수상으로 당선(4선), 독일 역대 최장기 총리에 이름을 올린다.
은퇴 이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98년 정치자금 스캔들로 총리직을 내려놓고 2002년 정계를 완전 은퇴했다. 이 과정에서 피부광선염으로 고생하던 전 부인 하넬로레가 2001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콜 전 총리 역시 2008년 머리를 다쳐 부분 마비를 겪었으며 이후엔 휠체어에 의존하는 신세가 된다. 같은 해 당시 43세였던 현 부인 리히터와 재혼했으나 건강은 더욱 악화된다. 2010년대 들어서 유럽이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대내외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던 콜 전 총리는 지난 16일 노환과 병환이 겹치면서 끝내 숨을 거두게 된다.
콜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메르켈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물론 전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와 빌 클린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가 잇따르고 있으며, 세계 각지의 시민들도 소셜 미디어에서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 헬무트 콜(오른쪽) 전 독일 총리가 1990년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을 만나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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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무트 콜(왼쪽 2번째) 전 독일 총리가 재임 초기이던 1983년 로널드 레이건(왼쪽 3번째)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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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올 4월 베를린 인근 학교에서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초상화 앞에 서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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