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자회사, 低유가에 유동성 위기
30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캐나다 하베스트는 정유부문 사업체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날·NARL)을 매입한 실버레인지와 과거 원유탱크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비용 420만 캐나다달러(한화 약 38억원)을 누가 낼 것인지를 두고 분쟁 중이다. 최악의 경우 하베스트가 추가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하베스트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영·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태다. 원유를 뽑아내기 위해 드는 비용이 국제유가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면 사업을 계속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완공된 블랙골드 오일샌드 광구도 생산시기를 미뤘다.
게다가 하베스트는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날 때문에 생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10월 캐나다 에너지 업체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부실 계열사인 날을 함께 인수했다. 인수비용은 매입금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2억8700 캐나다달러(당시 1조2446억원)였다.
석유공사는 날을 살리기 위해 1조원 상당의 비용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정부의 부채감축 계획에 따라 지난해 8월 실버레인지에 9730만 캐나다달러(940억원)를 받고 매각했다. 날을 인수할 당시의 가격 9억3000만 캐나다달러(9000억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하베스트는 컨벤셔널(전통유)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투자 및 손실보전에 사용했다”면서 “이익잉여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버티겠지만 현재는 투자한 광구마저 생산을 못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석유공사의 6개 자회사들의 탐사·개발 사업 등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석유공사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는 △카자흐스탄 Altius △카자흐스탄 KNOC Caspian △캐나다 하베스트 △미국 ANKOR △페루 Savia Peru △영국 Dana 등 총 6곳이다.
부채감축·경영평가에 손발 묶여 자회사 지원 불가
석유공사 본사가 돈을 빌려 자회사들을 지원해주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자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는 본사가 돈을 빌리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석유공사 본사가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금리가 평균 2.839%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자회사들이 발행했을 때는 9.107%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자회사들을 위한 어떠한 지원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돈을 빌려주는 일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다. 국내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한데다, 돈을 빌릴 경우 부채가 늘어나 경영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석유공사는 지난 해 부채비율(자본 총계 대비 부채 총계) 221%를 기록해 당초 정부에 목표치로 제시했던 부채비율 182%를 달성하지 못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기존 자산 가치들이 상대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같은 이유로 올해 부채비율 목표치를 지난 해보다 51%포인트 높아진 272%로 설정했다.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돈을 빌리려고 해도 부채를 늘리는 꼴이어서 부담이 큰데다, 강행하더라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면서 “현재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낮추는 노력 외에는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공사 자회사들은 앞으로 국제유가 하락→재무상태 악화→자원개발 지연 등의 ‘악순환’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