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삼성 對 애플 법정 공방 2R..'이번엔 영어 논란?'

FRAND·shall 등 영어 논란으로 일대 소동 벌어져
재판부 "오역하지 말고,공정하게 해석하라" 지적
  • 등록 2011-08-19 오후 2:27:40

    수정 2011-08-19 오후 2:27:4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67호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의 2차 변론이 진행된 이곳에선 난데 없는 영문자료 오역 논란으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양측 대리인은 지난달 1일 1차 변론준비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문제가 된 5개 특허권에 대한 침해사실과 무효주장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삼성전자(원고)와 애플(피고)의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의 변호사들은 각자 자리에 수북히 쌓아놓은 자료들을 하나씩 들이밀며 논리에 맞게 공방전을 벌이고, 때로는 입증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이들이 가져온 자료의 대부분은 과거 삼성전자와 애플이 다른 기업들과 체결했던 영문 계약서와 이번 특허공방과 유관한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의 약관들이었다.

원고대리인과 피고대리인은 영어 원서에 빨간색 펜으로 테두리를 그리며, 해당 부분을 영어로 읽고 한국어로 해석하는 식으로 주장과 반박을 계속했다. 문제가 된 건 이 과정에서 양 측이 쟁점 사안에 대해 서로 번역을 달리하면서부터다.

김영기 삼성전자 이사가 2003년 12월 서명한 한 선언문의 같은 문장을 두고 `확약한다(피고측)`와 `준비가 돼있다(원고측)`로 해석하고는 서로 "상대방이 틀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가 인터디지털과 맺은 계약서에 적힌 `프랜드 조건(FRAND, 기술 표준에 포함된 특허권자가 라이선싱을 비특허권자들에게 합리적, 비차별적으로 주는 것)`의 범주에 대해서도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피고 대리인(애플)은 "원고대리인이 계약서에 `~shall(~일 것이다, ~하기로 돼 있다)`이라는 단어가 많다고 했는데, 어느 계약서에도 `shall`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따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optional(선택적인)`, `mandatory(의무)`라는 단어도 변론 시간 내내 문제가 됐다.

영문계약서 상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심리를 맡은 강영수 부장판사는 "여기는 한국법정이다"며 "법정에서 `의도적 오역` 운운하지 말고, 계약서의 전형적인 양식 등을 고려해 공정하게 해석하라"고 지적했다.

오전 10시 시작된 2차 변론준비기일은 영어 해석을 둘러싼 공방전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며, 1시간을 조금 넘긴 11시10분께 마무리됐다.   한편, 삼성전자가 애플에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다음달 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52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첫 변론기일을 정하는 과정에서 원고대리인(삼성전자)은 소송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며, 앞당겨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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