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연초 밝힌 내용이다. 실제로 방송과 통신업계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유선사업자 KT(030200)는 무선사업자이자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승인을 받았다. 케이블TV 업계에서도 인수합병(M&A)을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중이다. 방송가에서는 MBC 지배구조 문제와 방송광고제도 개선 논의가 한창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 대기업의 방송산업 진출 허용을 놓고도 설왕설래다. 방송사업자의 통신사업 진출, 통신사업자의 방송사업 진출도 한창이다.
자연히 미디어 빅뱅의 당사자인 방송·통신업체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방통위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융합과 경쟁`이라고 얘기하지만, 생존을 담보로 그 중심에 서 있는 이들에게 변화란 늘 조심스러워 재차 확인하고 건너가야 할 다리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길 바라고 있다. 궁극적인 방향이 맞다 하더라도 업체들이 소화할 수 있는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 "강요 아닌 배려"
IPTV서비스 개시·인터넷전화 번호이동·와이브로 음성탑재·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을 통한 제3의 통신사업자 진출 등 방통위가 최근 시도중인 일련의 사안들을 보면, 향후 정책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림이 그려진다. 방송통신 융합을 가속화 하고, 그 속에서 경쟁을 활성화 시켜 소비자 헤택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러한 차원에서 KT-KTF 합병도 경쟁제한 요소가 없다면 승인해 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속에서 방통위의 정책방향이 대내외적으로 제시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 업계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이다. 변화의 방향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그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와이브로 사업이다. 와이브로 투자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믿지만 현실적으로 방통위의 재촉에 따를 수만은 없다는 볼멘소리다. 당장 전국망 구축에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는 만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막대한 투자를 하기 힘들다"며 "무조건 투자하라는 말 보다 적정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서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와이브로 투자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뿐, 투자는 결국 사업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 "야당과도 얘기해 보셨나요?"
지난달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이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일침을 가했다.
홍 의원은 미디어법 개정이 야당의 반대로 여의치 않아지자 "방통위가 야당 의원들에게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이런 법을 고쳐야 한다고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 만난 적은 있느냐"고 물었다. 홍 의원은 이어 "이 법을 고치지 않고는 돌파구를 만들 길이 없다고 야당의원들에게 진지하게 방송법에 대해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홍 의원의 질문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올해 방송광고 판매시장 경쟁도입·방송사업자 심사기준 정비 등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비롯해 IPTV 이용요금제도 완화를 골자로 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 개정안` 등 10여건의 입법 계획을 세웠다. 모두 여야 의원들의 논의를 거쳐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이중에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사안도 있지만 민생경제와 연관된 법안도 있어, 자칫 경제법안이 정치적 법안에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방통위가 입법부를 대상으로 정책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방통위가 희망하고 있는 사무총장제 신설도 여야의 도움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법률들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주요 정책이 지연됐다.
때문에 방통위가 두살이 되는 올해는 정책추진에 있어서 보다 융통성 있고 탄력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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