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손실은 여느 투자자에 못지 않으며,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2007년 12월 이래 절반이나 뚝 떨어졌다. 위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한참동안 버핏의 말에 투자자들은 귀를 기울였고, 버핏 또한 끊임없이 발언해 왔지만 요즘들어선 뜸한 상황.
버핏은 현지시간 28일(우리시간 29일 새벽) 올해의 연례 서한을 발표한다. 해마다 버핏은 이를 통해 투자 방침이나 자신의 생각들을 진솔한 어투로 두루 밝혀왔고, 투자자들은 이를 마치 투자의 바이블을 보듯 꼼꼼히 뜯어 분석해 왔다. 올해는 어떤 내용을 들려줄 지 그래도 올해 78세인 세계 2위 갑부의 발언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사실이다.
연례 서한은 언제나 그랬듯 금융 시장이 문을 닫은 토요일(우리시간 일요일)에 발표돼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그의 전언을 곱씹어 본 투자자들의 반응은 곧 시장에 반영될 전망이다.
◇ 투자귀재의 손실은 얼마?..투자철학은 그대로일까
모닝스타의 빌 버그만 선임 애널리스트는 "버핏 자신이 (이번 위기에서)그동안의 긴 투자 이력에서 배우지 못했던 교훈을 스스로 얻을 수 있었는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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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와 버핏도 위기 속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주가는 급락했고, 풋옵션 손실도 엄청나다. 어려운 시기에 인수한 기업들(마몬홀딩스 등)도 부담이었고, 재해로 인한 보험 자회사 손실도 적지 않았다.
버크셔 A주 가격은 26일 전일대비 2.06% 떨어진 7만8350달러로 마감됐다. 지난해 9월에 세운 52주래 최고가 14만7000달러에 비하면 반토막이다.
지난 1999년 버핏은 자신의 자산 배분에 대해 `D학점`을 준 적이 있다. 이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버핏이기에 올해 역시 자신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지 주목된다.
가치주 장기투자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은행들에도 투자를 늘렸던 버핏의 투자 철학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될지 여부도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시에서 버크셔는 미네소타 최대 은행인 US뱅코프의 지분율을 7.4%로 줄였다고 밝혔다. 또 웰스파고 지분율도 1% 미만으로 줄였다.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소비재, 제약업체 지분도 줄여 관심을 끌었다. 관련기사 ☞ 버핏, J&J·P&G 지분 줄여..포트폴리오 조정
버크셔는 그러나 여전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대주주이며, 웰스파고의 단일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YCM넷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요시카미 대표는 "금융 서비스업의 펀더멘털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 분야로부터 자산을 옮기고 있다는 버핏의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버핏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를 포함한 4개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하고 만기가 2019년인 풋옵션을 명목금액으로 355억달러 어치 발행했으며, 대부분 만기가 될 때까지 보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후계구도 밝힐까
로이터통신은 버핏이 특히 은행가들과 헤지펀드 매니저, 트레이더들에 지급된 막대한 보수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자신의 `오른팔`인 찰스 멍거 부회장이 최근 투자사인 여성 의류업체 `프룻 오브 더 룸(Fruit of the Loom)`에서 보여준 능력에 대해서도 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후계자에 대한 언급을 할 지도 큰 관심사. 아직까지도 버핏은 후계자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버핏은 자신이 43년간 이끌어 온 버크셔를 이어갈 비상임 회장엔 아들 하워드 버핏을 내정해 두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자리인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을 누가 할 지는 근 2년간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