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운용사들이 활발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향후 해외펀드에 대한 영업환경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돼 악사 그룹이 둘중 하나는 정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악사그룹, 국내에 2개 운용사 보유
교보악사자산운용은 기존 교보투신운용이 합작사 형태로 모습을 바꾼 회사다. 교보생명과 악사그룹이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악사그룹의 자산운용사인 악사로젠버스IM의 홍콩지점 최고경영자(CEO) 및 일본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쳉 리아오씨가 대표를 맡고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의 경우 악사그룹이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뉴욕본사의 지분을 인수, 63.2%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악사그룹은 악사 인베스트먼트매니저(IM)와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등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있다.
한국 얼라이언스타인번스타인자산운용은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뉴욕본사가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동헌 전 금융감독원 증권연구팀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즉, 악사그룹이 직간접적으로 현재 국내에서 자산운용사 두 곳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이전 교보투신운용 시절부터 인덱스펀드에 강점을 지닌 운용사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지난 8월 교보악사자산운용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글로벌 신용경색을 맞으면서 수탁고가 5조1143억원에서 12월15일 현재 4조5199억원까지 감소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도 지난 7월25일 인가를 얻어 출범한 이후 이렇다할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해외펀드 영업환경 악화.. 양사 통합 내지는 철수 가능성
악사IM 등 악사그룹 계열 자산운용사들의 위탁운용을 통해 활발한 해외펀드 운용 및 영업을 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업계 변화가 전망된다는 얘기다.
또한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면 해외펀드의 재간접펀드 편입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현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투법) 시행령에서는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는 같은 자산운용사 펀드를 50% 이상 편입할 수 없고, 같은 펀드를 20% 이상 넣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자통법 시행령은 `외화자산으로 운용하는 펀드는 100%까지 재간접펀드로 편입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즉 자산운용사들의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직접 운용하는 역외펀드를 `수입`하는 것이 수월해지는 셈이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의 경우 국내펀드보다는 해외펀드에 주력해 영업을 펼치려는 전략을 갖고 출범한 회사다. 하지만 자통법이 시행되면 이처럼 굳이 한국에 회사를 갖고있지 않아도 한국 내 영업이 어렵지 않게되는 것이다.
금감원에 약관심사와 승인절차만 거치면 법인 설립 등 절차 없이 역외펀드를 가져다 팔 수 있다.
이에 따라 악사그룹 역시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지분관계가 있는 자산운용사를 두 곳이나 두고 영업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례로 최근 신한지주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SH자산운용이 합병키로 결정됐다. 또, ING생명이 설립한 ING자산운용은 랜드마크자산운용과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리테일`·`교보악사-보험자산 영업` 차별화 시각도
한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뉴욕 본사측은 "한국은 당사에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다"며 "한국에서 영업을 중지할 계획은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측도 "합병 혹은 악사그룹의 국내 자산운용사 지분 정리에 대해 아직까지 통보받은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업계 일각에선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리테일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교보악사자산운용 보험자산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양사가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고 봐야한다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