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태 기업은행 카드사업본부 부행장(55)은 올해로 기업은행에서 일한지 36년째를 맞는 중소기업 전문 영업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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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이제까지의 삶, 특히 은행과 가정 등에 걸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마음의 꿈을 그려라(사진)」란 책으로 펴냈다고 해서 만나봤다.
유 부행장은 18일 "성공했다고 책 낸 건 아니다"라며 "출판업을 하는 지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제 원고를 접하고 출판하자고 했고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유 부행장은 지난달말 책이 나오기 전까지 출판사에서 책 표지와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아 답답했다고 한다. 그는 "책 완성본을 보니 상고 출신, 노조위원장 출신이 강조돼 있고 입양한 쌍둥이 사진도 눈에 띄더라"며 "이래야 책이 관심을 끈다는데 자랑할 일은 진짜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 "입양, 결코 쉽지않은 선택"
유 부행장은 "입양, 입양 하지만 그게 실제론 정말 쉽지 않더라"며 "친지와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고 회고했다.
유 부행장은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영아원에 4년7개월간 맡겨져 있던 쌍둥이 여아 지수·지현이를 지난 2006년 입양했다.
그는 "입양이란 참 아름답고 고결한 것이지만 막상 내 일로 다가오니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우선 결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유 부행장은 장성한 자녀에다 이미 손녀까지 있어 호적에 자녀 2명을 더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쌍둥이들은 유 부행장 내외가 영아원장실에 나타나자 "엄마 아빠 만났으니 갈래요"라며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더라는 것. 유 부행장은 "그 자리에서 1시간 넘게 고민하다 결국 `우리 집에 갈래?`하고 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은 그뿐이 아니었다. 두 쌍둥이가 각각 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유 부행장 내외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모두 치유됐다.
호적에 올리는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양부모 호적에 올리려면 친부모의 친권자 포기 각서를 첨부, 법원 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을 낳자마자 영아원에 맡긴 친부모를 영아원에서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유 부행장은 "입양을 하게 되면 자신이 낳고 늦게 출생신고하는 것으로 해서 벌금을 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걸 그때 알았다"며 "영아원의 노력으로 어렵게 법원 판결을 받아 호적 입적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 "중소기업 은행영업 노하우란…"
유 부행장은 지난해 1월 기업은행 입행 35년만에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고졸 출신에 노조위원장까지 지낸 행원이 국책은행에서 부행장에 선임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유 부행장은 이번 책에서 평촌지점장 시절 대기업 H회사 어음 30억원의 할인을 거절했다 큰 손해를 면했던 과정을 소개했다. H회사와 기업은행은 거래실적이 컸고 당시 은행거래 관행상 어음할인은 흔한 것이었다.
그는 "어음의뢰인이 한약 판매상이었는데 매출을 알아보니 연 4억원 수준이었다"며 "매출 4억원의 한약상이 30억원짜리 어음을 할인하려 한다는게 이상했다"고 회고했다.
며칠뒤 H회사는 부도가 났다. 유 부행장은 당시 김승경 기업은행장으로부터 신중하게 일을 처리한데 대해 칭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 부행장은 또 구로지점장 시절 D건설 사장의 역량을 꿰뚫어 보고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본점 신용위원회 개최에 앞서 신속한 대출집행을 추진, 해당대출 영업을 성사시킨 일 등도 소개했다.
그는 "은행원이라면 해당 업체가 정확한 사업구상을 하고 있는지, 그것을 현실화시킬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원래 그는 영업점장들에게 중소기업금융 노하우를 전해주기 위해 내부용 책자를 준비해왔다. 여기에 일반 독자들이 널리 관심을 가질 만한 입양 등의 가정사(史)와 재테크 부분을 더해 이번 책을 구성하게 됐다.
그는 책 말미에 지난해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강권석 기업은행장을 추모하는 글을 싣고 `비 올때 우산을 뺏지 말자`던 강 행장의 면면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유 부행장은 "은행원으로서, 가장으로서 얻은 노하우와 꿈을 담았다"며 "저자 몫의 수익금은 좋은 일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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