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엉덩이·허벅지·다리에 이르기까지 완벽해야 소화할 수 있는 `X`라인. 엉덩이를 살짝 덮는 니트 카디건을 입고 버클 벨트로 허리를 완벽하게 조였다. 여기에 레깅스, 롱 부츠. 아무나 따라 하지 못하는, 그래서 더욱 애간장 태우는 트렌드. 랄프로렌. | |
숨통을 조이는 고통을 참았던 영화 배우 비비안 리의 모습은 차라리 귀엽다. 다리에 딱 붙는 스키니진(이건 바지를 입는 게 아니라 신는 거다)과 레깅스 패션, 다리를 ‘걸어다니는 기둥’으로 보이게 만드는 에스키모 털부츠…. 몸매를 가릴 여지를 주지 않는 이 고난이도 패션은 일단 따라 하기 어렵다. 오버사이즈, 롱 부츠, 킬러 하이 힐…. 무겁고 힘들어서 시도하기 어렵고, 키 170㎝이상 8등신에, 55사이즈 이하가 아니라면, 제대로 소화하기도 힘들다.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얼마전 한 포털 사이트엔 ‘A양의 굴욕’이란 사진이 연예 게시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다리 길기로 소문난 가수 옥주현과 똑같은 색깔의 스키진을 입은 한 연예인 때문이었다. 두 사진을 나란히 붙여놓고 ‘허벅지 두께 봐라’‘다리 짧으면 입지마~’란 인신 공격성 댓글이 줄지었다. 평소 통통한 매력으로 인기 몰이를 하던 A양이었지만, 네티즌들의 칼날 같은 잣대에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 허리 라인에 자신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보자. 두 개의 금색 버클벨트로 날씬한 허리선을 강조, 또 강조했다. 펜디. | |
▲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에게 최고로 사랑받았던 벌룬 스커트. 발렌시아가 컬렉션. | |
키 작은 것도 서러운데 이번 시즌 트렌드를 보고 있자니 더 우울해진다. 바로 X자형 실루엣 때문. 가슴과 엉덩이 부분은 뭉게구름처럼 풍성하게, 대신 허리는 극도로 조이는 스타일이다. 패션 전문지 ‘보그(Vogue)’ 영국판은 이번 유행 아이템 중 하나로 ‘화려함, 풍성함(Opulence)’을 꼽았다. 로맨티시즘의 영향을 받은 풍성한 러플과 디테일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재단은 더 과장됐다는 설명이다. 또 대형 벨트가 인기를 끌면서 허리가 패션 포인트로 떴다. 샤넬과 돌체&가바나, 존 갈리아노 등에선 허리에 다양한 크기의 벨트를 묶는 스타일이 강세. 호박 팬티처럼 보이는 종형 치마 역시 인기다. 단점은 시선을 중간에서 확실히 나누기 때문에 키가 더 작아보인다는 것. 슬림한 Y자형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풍성한 니트에 골반에 걸치는 느슨한 벨트, 레깅스(혹은 스키니진)를 입었다 치자. 다리 굵고 키 작은 통통족이라면 거울 보고 절망할 것이다. 다리는 더 짧아보이고 상체는 길게만 보일 테니까. 유행을 좇느라 가혹한 다이어트에 돌입한다면? 어느쪽이 더 힘든진 시도해보면 알듯.
▲ 발렌시아가 구두. | |
해외 유명 컬렉션에서 나왔다고 하면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정말 패션 리더로 불리고 싶다면 키워드는 두 가지. 바로 ‘체형과 액세서리’다. 가수 이효리나 제시카 심슨이 크지 않은 키에도 패션 리더로 불리는 것은 체형을 잘 살리기 때문.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는 “잡지속이나 스타들을 일방적으로 따라하기 보다는 먼저 자신의 체형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선을 윗쪽으로 잡아주어 볼륨있는 목걸이나 코사지 등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대형 백 등 액세서리를 강조하면 더욱 돋보이는 스타일을 연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탤런트 미샤 버튼이나 패리스 힐튼이 신은 플랫 슈즈(편편한 구두)가 예쁘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하면 대략 낭패. 키가 작으면 반드시 최소 6㎝ 이상의 스틸레토힐(길게 뻗은 앞코와 뒷굽이 아주 얇은 하이힐)이나 하이힐 부츠를 신어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