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社)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5%에서 4.0%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다만 내년에도 3.0%로 견조한 성장 흐름이 이어지는 만큼 한국은행이 올해 한 차례 더, 내년에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17일 공개한 ‘글로벌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한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8%로 우리 예상보다는 낮은 편이었다”며 이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4.5%에서 4.0%로 낮춰 잡았다. 내년 전망치는 3.0%로 유지했다.
그러나 “세부내역을 뜯어보면 국내 수요가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순(純)수출이 성장률을 다소 끌어 내리긴 했지만 가계 소비는 전기대비 3.5%나 성장하는 호조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추가 방역 강화에도 전반적인 경제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특히 내수 경기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올 3분기 쯤에는 상승 모멘텀이 꺾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4분기나 내년 경제 성장은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정책도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인해 경기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글로벌 차원에서의 내구재 수요가 둔화하고 있어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앞으로 수 개월 내에 약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수주 잔고가 여전히 대규모로 쌓여 있는 만큼 한국 제조업 경기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도 봤다.
이에 피치는 한은이 올해 말까지 25bp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한 뒤 내년에는 연간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치는 이날 올해 글로벌 GDP 성장률이 6.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선 6월 전망치인 6.3%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악화가 여전히 회복속도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6.8%에서 6.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 내수 수요 성장세가 어느 정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성장률 전망치 역시 8.4%에서 8.1%로 낮춰 잡았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내수를 짓누르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