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선의’(in good faith)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훈련의 규모와 방법 등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일정 부분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한미연합훈련은 2월에 진행되는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이다. 키리졸브는 주로 시뮬레이션을 통한 지휘소 연습이고, 독수리연습은 미 증원군 전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실기동훈련이다. 지난 해 훈련 당시에는 핵타격 체계인 미국 전략무기가 대거 참가했으며 투입된 한미 병력은 30만명에 달했다. 한미 양국군은 하반기에도 UFG 훈련을 한다. 야외에서 실제 부대가 기동하는 훈련이 아닌 지휘소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진다. 이 외에도 한미 각 군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연합훈련을 한다.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다.
| 지난 달 한미 공중전투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고 있다. 북한은 F-22 등 미 전략무기가 참가하는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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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돈’ 문제만 따져서 나온 언급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사전에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을 ‘워 게임’(war game)이라고 칭했다. 이는 말 그대로 전쟁연습이다. 한미 양국은 보통 연합훈련을 ‘콤바인드 엑서사이즈’(combined exercise)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게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문제인지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함께 하는 훈련인지, 미 본토 증원 미군까지 함께 하는 훈련을 의미하는지 모호하다. 우리 정부가 진의 파악에 나선 이유다.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등 발언의 정확한 의미나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한미연합훈련 등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제조건이 있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향후 연합훈련의 축소나 형식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키리졸브와 하반기 UFG 훈련을 합쳐 1년에 한 번으로 변경하거나 훈련을 실기동이 아닌 시뮬레이션 형태로만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1992년 북한의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행 조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릿’이 중단된바 있다. 특히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 이후 팀스피릿 훈련은 대폭 축소돼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인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대체됐다. RSOI는 2008년 키리졸브로 명칭이 변경됐다.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역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잦아졌기 때문에 그 이전으로 돌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주한미군이 있으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안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할 수 있지만, 북한이 위협으로 인식하는 전략무기를 동원 한 대대적인 군사연습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