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은 금리 올렸는데…가라앉는 물가(상보)

  • 등록 2017-12-01 오전 9:35:46

    수정 2017-12-01 오전 9:35:46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평창 롱패딩’을 사려고 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연중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밥상 물가는 채소류 가격 하락 등으로 1년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3%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은 10월 1.8%에서 0.5%포인트나 빠지며 지난해 12월(1.3%) 이후 최저 오름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전기·수도·가스요금이 6.7% 내리며 하락 폭이 10월(-1.6%)보다 대폭 확대됐다. 전기·수도·가스는 전체 물가 상승률을 0.28%포인트 끌어내렸다. 전기료가 누진제 개편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작년 11월보다 11.6% 내렸고, 도시가스요금도 지난달 가격 인하에 따라 4% 하락했다.

농·축·수산물도 0.7% 상승에 그쳐 10월(3%)보다 상승세가 주춤했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14.6% 급락하며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하락 견인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배추·무·파 등의 출하량이 늘면서 채소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며 “작년 11월 채소류 가격이 1년 전보다 32.9%나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품목별로 무와 배추 가격이 각각 37.1%, 33.9% 하락했다. 파도 31.3% 내렸다. 호박(-30.5%), 상추(-25%), 토마토(-21.1%), 풋고추(-19.3%) 등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오징어는 47.1% 올랐고, 고춧가루(36.5%), 감자(35.6%), 콩(33.6%) 등도 가격이 많이 뛰었다.

11월 공업제품과 서비스 물가도 상승세가 약간 꺾였다. 공업제품은 1.4% 오르며 10월(1.5%)보다 상승률이 0.1%포인트 축소됐다. 서비스 물가도 해외 여행객 감소 등의 여파로 1.8% 올라 10월(2%) 대비 오름폭이 0.2%포인트 줄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자동차용 LPG(액화석유가스) 가격이 22% 올랐고, 경유와 휘발유도 각각 7.3%, 6.5% 상승했다.

소비자의 체감 물가와 밥상 물가도 안정세를 보였다.

소비자가 자주 사는 141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1.3% 올랐다. 이는 작년 12월(1.2%)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생선·채소·과일 등 밥상에 오르는 50개 품목 가격을 집계한 신선식품지수는 오히려 2.5% 하락했다. 이 지수가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작년 7월(-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2% 오르며 10월(1.3%)보다 상승률이 축소됐다. 이 지수는 외부 요인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공급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는 품목을 조사에서 제외해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10월(1.6%)보다 낮은 1.4%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당국은 당분간 지금 같은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리라고 예상했다.

이주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향후 물가는 국제 유가 변동, 조류 인플루엔자(AI) 재발 등 위험 요인이 있지만, 농산물 가격 안정 등으로 안정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물가가 이처럼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3개월 간 물가 상승률은 9월 2.1%, 10월 1.8%, 11월 1.3%로 한은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크게 밑돈다. 최근의 원화 가치 상승 추세는 수입 가격을 낮춰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전날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소수 의견을 낸 것도 여전히 낮은 수요 압력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여건 개선이 뚜렷지 않고 가계 소득 증가 등도 지지부진한 만큼 현재의 완화적인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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