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처벌이 인권교육?'..형사처벌 법안 국회서 낮잠

성희롱 제재수단은 인권위 인권교육과 손해배상 권고가 전부
형사처벌 포함한 성희롱 법안, 고용부 반대로 국회 상임위 계류
  • 등록 2015-09-29 오후 6:23:24

    수정 2015-09-29 오후 6:23:24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청소용역업체에 근무하는 민모(55·여)씨는 직속상사인 팀장 이모씨의 성희롱 탓에 곤욕을 치렀다. 노골적인 성희롱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술에 취해 민씨에게 ‘마사지를 해줄테니 들어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민씨는 거부했고 앙심을 품은 이씨는 회사에 민씨를 불성실 직원으로 보고하고 전근조치했다. 민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이씨가 자신을 성희롱하고 업무상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에서는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민씨 사례처럼 노골적인 성희롱도 형사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차원에서 성희롱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정부 반대로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성희롱 근절을 위해서는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등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희롱 처벌이 ‘인권교육’

현행법상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 직접 제재할 권한을 가진 정부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뿐이다. 그나마 인권위가 내릴 수 있는 처분은 특별인권교육이수 명령과 재발방지 방안 마련 및 손해배상 권고여서 성희롱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성희롱이 직장 내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고용노동부가 해당 기업에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지만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해도 과태료 부과 외에는 제재수단이 없다.

매년 인권위에 접수되는 성희롱 진정건수는 200여건에 불과하다. 고용부에 신고되는 건수도 비슷한 수치다. 성희롱을 당해도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 신고를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나마도 성희롱 판단이 엇갈리거나 가해자가 제재조치에 불복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소재 A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직장상사인 최모 과장를 성희롱으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심사를 거쳐 최씨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고 손해배상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최씨는 ‘지방노동청과 경찰이 직장내 성희롱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고 수용을 거부했다. 인권위 권고는 말그대로 권고일 뿐이어서 이를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무방비 회사밖 성희롱

회사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고평법)상 간접적이라도 제재할 방법이 있다. 회사밖 성희롱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신고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처벌 수단이 없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승희·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지난 4월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6개월째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성희롱 불응, 피해신고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 금지와 △성차별·성희롱이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된 경우 행위자에 대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성희롱 처벌을 목적으로 한 법안이 만들어지면 직장내 성희롱의 경우 이중처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 제정에 부정적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또한 지난 7월 시행한 양성평등기본법 등 기존 법안과 중복되는 내용이 많은데다 시정권고는 인권위가 하고, 미이행시 여가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등 부처간 업무 배정에도 문제가 있어 법안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성희롱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인 사회초년생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라며 “성희롱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점을 걸러내고 피해자를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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