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 사례처럼 노골적인 성희롱도 형사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차원에서 성희롱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정부 반대로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성희롱 근절을 위해서는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등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희롱 처벌이 ‘인권교육’
현행법상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 직접 제재할 권한을 가진 정부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뿐이다. 그나마 인권위가 내릴 수 있는 처분은 특별인권교육이수 명령과 재발방지 방안 마련 및 손해배상 권고여서 성희롱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성희롱이 직장 내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고용노동부가 해당 기업에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지만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해도 과태료 부과 외에는 제재수단이 없다.
매년 인권위에 접수되는 성희롱 진정건수는 200여건에 불과하다. 고용부에 신고되는 건수도 비슷한 수치다. 성희롱을 당해도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 신고를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방비 회사밖 성희롱
회사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고평법)상 간접적이라도 제재할 방법이 있다. 회사밖 성희롱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신고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처벌 수단이 없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성희롱 처벌을 목적으로 한 법안이 만들어지면 직장내 성희롱의 경우 이중처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 제정에 부정적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또한 지난 7월 시행한 양성평등기본법 등 기존 법안과 중복되는 내용이 많은데다 시정권고는 인권위가 하고, 미이행시 여가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등 부처간 업무 배정에도 문제가 있어 법안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성희롱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인 사회초년생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라며 “성희롱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점을 걸러내고 피해자를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