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상호금융사, 금리조작해 뒷돈 챙기는 관행 차단"

고객에 세부 금리구조 사전 고지토록 지도 방침
  • 등록 2012-07-03 오후 1:49:27

    수정 2012-07-03 오후 4:39:11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7월 04일자 2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준기 송이라 기자] 자영업자 황성만(가명·43)씨는 지난 2009년 집 근처 상호금융회사에서 연 5.6%의 금리로 2억원을 담보대출받았다. 당시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변동성이 큰 6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금리 상품을 택했다. CD금리 움직임에 따라 6개월마다 대출금리가 바뀌는 구조였다. 꾸준히 이자를 갚아나가던 황씨는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연 5.6%의 금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CD유통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는데 자신의 대출금리 수준은 동일했기 때문이었다. 확인 결과 해당 금융사 직원은 CD금리가 하락한 만큼 자의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뒷돈을 챙기고 있었다.

앞으로 단위농협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들은 대출을 연장해줄 때마다 해당 고객에게 세부적인 금리구조를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

일부 상호금융회사들이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가산금리를 자의적으로 조작하면서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상호금융회사가 대출연장 때마다 고객에게 해당 금융사의 세부적인 금리구조를 정확히 고지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산금리 결정구조는 회사의 영업기밀인 만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가산금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객이 알 필요가 있다”며 “제재수위 등 구체적방안은 이달중 확정, 관리감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통상 대출금리는 기본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으로 이뤄진다. 기본금리인 CD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은 시장금리에 연동돼 있는 반면 가산금리는 고객 신용등급에 따라 금융회사에서 결정하는 만큼 대출계약 기간에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일부 상호금융회사들은 기본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도 교묘히 가산금리를 올려 고객에게 종전과 같은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호금융회사들이 이 같은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규모는 전국적으로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양봉농협조합은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CD 연동 대출상품의 가산금리를 조작해 1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6월 경찰에 적발됐다.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 간부들은 기본금리가 반토막 나자 손실보전을 위해 가산금리를 2%p나 올려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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