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사업이 뭐길래 이토록 고수익을 올리는 걸까. E&P는 해외의 유전이나 가스전에 투자해서 탐사·개발·생산을 통해 원유를 뽑아내고 그것을 팔아서 이익을 낸다. 들어가는 비용은 탐사비용과 채굴비용 뿐이지만 뽑아올린 원유와 가스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면서 '돈 세기 바쁜' 사업이 됐다.
SK(주)의 E&P 사업은 단지 이익이 많이 나는 사업부로서의 의미보다는 SK(주)가 진정한 석유회사가 되고 있다는 시그널의 의미가 더 크다.
우리나라 에너지 독립전쟁을 수행하는 주력부대는 석유회사다. SK(주)·GS칼텍스·S-오일 등이 우리나라의 주요 석유회사들이다.
그러나 우리 석유회사들은 큰 약점을 갖고 있다. 엑슨모빌·쉘·쉐브론 같은 메이저 석유사들은 석유를 찾아서 캐내고 정제해서 주유소로 옮기는 모든 과정의 사업부문을 다 갖고 있지만 국내 석유회사들은 석유를 찾아서 캐내는 것은 외국회사에 맡기고 국내로 원유를 들여와 정제시설에서 가솔린·등유·경유를 뽑아내는 정유사업만을 한다. SK나 GS칼텍스를 석유회사라고 부르지 않고 '정유회사'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다.
▲ 엑슨모빌은 석유개발에서 이익의 대부분이 창출되지만 국내에서 석유개발 사업이 가장 활발한 SK조차도 13%선에 그치고 있다. | |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해외에서 비싸게 원료(원유)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유가가 올라도 큰 이익을 내기 힘들다. 그러나 석유개발사업과 정유사업을 모두 수행하는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땅속에서 원유를 캐다가 팔 수 있어서 유가가 오르면 이익을 크게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상류부문(유전개발)에 손을 대지 않고 하류부문(정유)에만 힘을 쏟은 건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 유전개발에 뛰어들 노하우나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하류부문의 수익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된 지금, 에너지 전쟁에 당장 뛰어들어야 한다면 그래도 정유사들만큼 해외 유전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지난 84년부터 해외 유전개발에 뛰어들었던 SK(003600)(주)는 우리나라 민간기업 가운데 석유개발 사업의 규모와 노하우 면에서 가장 뛰어난 회사로 꼽힌다. 현재 14개국 24개 해외유전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참여한 프로젝트 수가 많다는 것은 탐사가 진행중인 곳도 있고 원유매장이 확인돼서 뽑아 올릴 준비를 하는 곳도 있고, 실제로 매일 생산을 하는 곳도 있다는 의미다. 이른바 석유개발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구성됐다는 뜻이다.
▲ 사업포트폴리오가 탄탄하게 구성된 SK(주)가 해외에서 뽑아 올리는 원유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 |
우리나라에서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아직 원유나 가스가 생산되지 않고 있는 탐사 단계나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SK(주)는 전 세계 투자 유전에서 실제로 매일 2만배럴의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2만배럴이면 우리나라의 하루 필요 석유량의 1%도 안되는 금액이지만 우리나라가 투자한 해외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하루 11만5천배럴)의 20%에 가까운 수치다.
SK는 하루 2만배럴씩 생산되는 자체 개발 원유를 시장에 팔아 올 한해 2천억원 가량을 벌었다. SK(주) 연간 영업이익의 15% 정도다.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브라질의 BMC 광구와 예멘의 LNG 광구, 페루의 LNG 광구에서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2009년 말에는 현재의 3배가 넘는 하루에 7만배럴 가량을 생산하게 될 예정이다.
▲ SK(주) 해외 석유개발사업 진출 현황 | |
SK(주)가 석유개발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탄탄한 이익은 다른 정유사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수익원이다. 덕분에 SK(주)는 유가가 출렁거리더라도 석유개발 사업의 꾸준한 이익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석유개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여러 광구에서 시기별로 원유 생산이 시작되기 때문에 꾸준히 들어오는 '고정수입'이 생기는 셈이어서 석유 수급이 악화되어 정제마진이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른바 '땅 파서 장사하는' 사업의 매력이다.
GS칼텍스도 작년부터는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 함께 해외유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미국계 석유회사인 쉐브론텍사코의 자회사 칼텍스와 합작한 회사로 국내 정유사중에 중동원유의 의존도가 68%로 가장 낮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해외 유전투자에 나선 것도 궁극적으로는 원유도입선 다변화와 마찬가지로 고품질의 원유를 가장 유리한 조건에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유전개발사업을 통하여 하루 정제능력인 72만 2500배럴의 10~15%까지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으로 해외 사업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 GS칼텍스가 일본업체로 지분 30%를 사들인 후 탐사작업을 진행중인 태국 L10/43, L11/43광구. | |
GS칼텍스는 2003년 쉐브론으로부터 캄보디아 블록 A 해상광구에 대한 탐사권 중 15%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유전개발사업에 진입했다. 이 캄보디아 블록 A 해상광구는 1기 탐사작업에서 시추한 5개의 탐사정 모두에서 양질의 원유와 가스를 발견해서 사업 전망을 밝게 했다. 현재는 2기 탐사가 진행중이며 내년이면 정확한 매장량과 함께 경제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초대형 유전인 서캄차카해상유전에 국내 에너지 전문기업 7개사와 함께 공동참여했다.
지난 8월에는 태국 육상의 탐사광구 두 곳의 지분 30%를 일본 회사로부터 사들였는데 탐사를 시작한지 석달여만에 대형 유전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광구는 2007년 이후 평가시추 작업을 통해 경제성이 확인될 경우 2008년부터는 조기 상업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추정되고 있는 매장량은 하루 1300배럴 가량의 원유와 72만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GS칼텍스의 지주회사인 GS(078930)홀딩스도 2005년 3월 인도네시아 NEM1·NEM2·워캄 등 3개 탐사광구의 지분을 각각 5%·30%·20%씩 인수, 파트너사인 한국석유공사 등과 활발한 탐사작업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