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엄격한 법집행이 재벌개혁 성공의 관건"
  • 등록 2003-05-09 오후 3:06:46

    수정 2003-05-09 오후 3:06:46

[edaily 하정민기자] 최근 수년간 재벌문제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사건에는 항상 참여연대가 있었다. 특히 올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SK사태의 경우 검찰고발 등 일련의 과정을 참여연대가 이끌어왔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 94년 설립, 불과 9년만에 가장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자리잡은 참여연대내 경제개혁센터는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리행사 등 핵심적 역할을 해온 곳이다. edaily는 9일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한성대 경상학부 교수·41)을 만나 최근 재벌개혁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김 소장은 "SK글로벌 분식회계와 관련, 검찰이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를 연기하는 것이야말로 일부 기업의 문제를 한국기업 전부의 문제로 확산시키는 것"이라며 "재벌개혁의 최우선 조건은 정부의 엄격한 법 집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인 재벌개혁은 금융개혁에서 비롯된다"며 "금융기관들이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주주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기업의 질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소장은 최근 대안연대회의와의 논쟁과 관련해서 "또다른 논란의 소지가 되고 수구세력에게 이용거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극구 피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감독·수사기관 본분 지켜야..盧 개혁실패 우려 -참여연대에 대해 대기업 지배구조, 상속, 증여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경영행위에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지적도 많다. SK사태를 촉발시켜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도 있는데. ▲신인도 저하의 이유는 분식회계 문제를 원칙적으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신인도 상승의 계기요 발전의 초석이다. 서영제 서울지검장이 연이어 `SK에 대한 추가수사가 국가경제에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재경부나 한국은행을 놔두고 왜 검찰이 한국경제를 걱정하나. 진짜 문제는 기업 문제를 엄격히 수사하지않고 수사기관의 권한이나 집행을 정지하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다. 재계에서 "SK글로벌 분식회계는 일부 기업의 문제일 뿐 한국기업 전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수사집행을 연기하는 것이야말로 일부 기업의 문제를 한국기업 전부의 문제로 확산시키는 짓이다. 불법행위 방조나 지배구조개선 후퇴라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분식회계가 있다면 하루 속히 밝혀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제불안은 수사기관이 걱정할 게 아니다. 재경부의 재정정책이나 한국은행의 금융정책으로 대처하면 된다. DJ정부의 개혁이 왜 실패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DJ정부는 법령으로 할 수 있는 개혁은 집단소송제를 제외하고 거의 다 도입했다. 문제는 법령만 개선해놓고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정부는 단기적 위기관리와 장기적 구조개혁 사이에서 갈등하게 마련인데 DJ정부는 항상 전자를 우선시해서 감독기관과 수사기관의 역할을 정지시켰다. 대우사태 때 있었던 채권안정기금 조성, 원리금보장상품 도입 등이 좋은 예다. 법을 만들어놓고 정부 스스로 그 법을 위배한다면 누가 그 법을 따르겠나. 새로운 법을 만들기보다는 적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엄격하게 갈라놓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부처 사이의 분업도 제대로 이뤄져야한다. 노무현 정부도 DJ정부의 잘못된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카드채 대란 때의 대처방법도 미숙했다. 카드채 대책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찾게 했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그간 쌓아왔던 개혁의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일이다. ◇분식회계 사면주장 당치않아..원칙적 처리가 최선 -분식회계 사면론에 대한 견해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의 고해성사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 국민적 합의가 가능하다면 참여연대도 굳이 반대하지않겠지만 그래도 세가지 문제는 남는다. 첫째 개인적 손해배상 소송, 둘째 금감원 검찰의 형사처벌, 셋째 집단소송이다. 여론때문에 정부나 정치권이 형사처벌이나 집단소송제 대상에서 유예시켜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 손해배상 소송은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그것을 말릴 것이며 소송을 저지하는 법을 만들 것인가. 완전한 사면이 불가능하기에 사면 자체도 의미가 없다. 정부가 사면시켜준다고 해서 어떤 기업이 분식회계를 고백했다고 가정해보자. 밝히는 순간 그 기업은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기관의 대출이 정지, 문을 닫고 말 거다. 법률적 문제를 떠나 한국 시장이 그 정도의 기능은 갖추고있다. 재계의 사면론 주장이 이런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계의 진짜 속내는 "우리 부실을 향후 1~2년동안 당기순이익 등으로 털어낼테니 그 동안은 조사하거나 건들지 말라" 는 요구일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도 논란이다. 이 제도가 실제 경영방어에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 아닌가. ▲경영권 방어라는 것은 경영권 행사자의 가치를 인정했을 때 사용하는 것인데 SK의 경우 최태원씨가 과연 방어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경영을 잘해야 보호가 있을텐데 SK그룹의 비약적 성장은 최 회장의 개인적 능력이 아니라 분식회계, 계열사 출자 등 잘못된 방법을 통한 덩치 부풀리기임이 드러났다. 차라리 SK텔레콤의 표문수 사장, (주)SK의 경영진을 보호해주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최태원이라는 개인을 위해 출자총액제를 폐지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구조조정을 마쳤다면 구조본은 폐지되는 것이 맞다"고 하고 참여연대도 이를 주장해왔다. 구조본을 꼭 폐지해야 하나. ▲구조조정본부, 기획조정실, 지주회사 등 무엇이라고 부르건 간에 다양한 사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조정자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기업에게 독립경영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멀티 비즈니스를 행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의 자유다. 문제는 권한행사자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구조본의 의사결정이나 권한행사에 대해 오너이외에 누가 간섭할 수 있나. 이를 시정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구조본 대신 지주회사를 제시한다. ◇소액주주 운동은 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권리찾기 -지난 3월 두산 정기주총에서 참여연대의 위상변화가 확인됐다. 참여연대 활동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를 포함한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시장참여자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회사 측에서 어떻게 대해주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에는 대주주, 소액주주, 채권단, 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 일각에서 참여연대는 소액주주들의 권리만을 신성시한다고 여기는 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어차피 100% 선(善)이란 없다. 우리는 채권자나 노동자보다는 주주이익을 우선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 뿐이다. 최소한 상법에 보장된 소액주주의 권리만이라도 그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도록 도와주자는 의미다. 우리나라 소액주주들은 단타위주의 매매만 하기때문에 스스로의 이익도 지킬 수 없다. 기업정보도 얻기 힘들고 인센티브 역시 취약하다. 장기적인 기업개혁을 기다리기보다는 주식을 팔고 탈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사람들이어서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려하지 않는다. 어느날 대동단결해서 `이 잘못된 점을 바로잡읍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결국 기관투자가들이 나서야한다. 소액주주들로부터는 결코 실질적인 힘이 나올 수 없다. 금융기관들이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주주권리를 적절하게 행사해야 질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재벌개혁 원천은 금융개혁..기관투자가가 제 역할해야 -금융기관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든 대기업과 관련있지 않나. ▲물론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아직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하지 못했다. 제2 금융권등은 상당수가 재벌계열사여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거래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금융기관의결권 제한제도(공정거래법 11조)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나라 기관투자가의 회전율이 개인투자자 이상으로 높다는 점이다. 흔히 핫 머니라고 불리우는 외국인보다 더 높다. 그러니 장기적인 운동을 할 기반을 마련할 턱이 없다. 궁극적인 재벌개혁은 금융개혁에서 비롯된다. 기관투자가가 적극적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있다. -참여연대가 현대그룹에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96년 참여연대 내 경제민주화위원회(위원장 장하성 고려대교수)가 생겼을 때 우리의 감시대상 기업은 삼성전자, SK텔레콤, (주)대우, LG반도체, 현대중공업 등 불과 5개였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이 다섯개 기업이 활동영역의 대부분이었다. 선정기준은 5대 그룹중 지배구조개선이란 장기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가장 좋은 업체라는 판단에서였다. 지난해 좋은기업지배연구소가 설립되고 여러 역량도 보강되면서 감시기업을 한화, 두산, 동부, 동원 등으로 늘렸다. 외환은행이나 삼성생명 등 금융권도 포함시켰다. 감시기업 선정기준의 또다른 원칙은 "그 기업의 비지니스 퍼포먼스에 악영향을 끼치지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현대그룹에서 현대자동차를 하려했다가 현대중공업으로 바꿨다. 잘 알겠지만 90년대 후반만해도 현대차의 상황이 그리 좋지못했고 우리도 굉장히 위험하게 봤다. -인력 등이 더 보강되면 현대그룹도 감시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의미인가. ▲물론이다. 결국 이 질문은 "왜 삼성만 문제삼느냐"는 말과 같은 것 아닌가. 그동안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할때 기업들 대부분은 참여연대를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으려했다. 그러나 우리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자, 가령 "문제가 10개니까 이걸 고쳐라"고 하면 "2~3개는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못하겠다"라고 답하는 식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럼 또 우리는 "그건 언제까지 하냐"고 묻고 "1~2년안에 하겠다"고 답한다. 이런 식의 지루한 과정 속에서 겨우 지금과 같은 변화가 일어난 거다. 그러나 삼성은 대화 자체를 원치 않는다. 창구도 전혀 형성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99년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 윤종용 부회장과 장하성 교수가 참여연대의 발언에 관한 합의를 했다. 주총 안건도 아니고 발언권을 주겠다는 합의를 하는데도 그렇게 어려웠다. 그것마저도 구조본의 방해로 무산됐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단절되니까 결국 우리가 고소, 고발 등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삼성만 문제삼는다는 것은 온당치않다. -지배구조 개선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참여연대 안에서도 각자의 목표는 다 다르다. 참여연대 활동의 과도기간이 끝나기까지 공통적 목표는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다. 기본적인 목표지만 적어도 20~3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는 과제다. 나는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야한다"는 식의 전제를 반대한다. 일례로 주주자본주의(sharehold capitalism)와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 capitalism)중 뭐가 나은지 누가 알겠는가. 선험적으로 어떤 모델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 미래사회는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며 "혁명(revolution)"이 아니라 "진화(evolution)"라고 생각한다. 경제란 결국 이해관계의 조정(cordination)이다. 충돌하는 이익이 해결되는 메커니즘을 보고싶고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벌개혁 최우선 조건은 "엄격한 법 집행" -재벌개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이 무엇인가. ▲간단하다. 정부가 이미 만들어진 법과 제도를 엄격하게 집행하면 된다. 시장경제는 어떤 의미에서 진공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룰을 지키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할 일이다. 집단소송제처럼 피해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손쉽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재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의사결정 매커니즘 속에 이질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달라.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삼성을 예로 들자면 이건희 회장이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외에 그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사회에 포함시키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가장 안 변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현재 이사회는 거수기나 다름없다. 내부제어(internal control system)는 법률로 강제할 수도 없다. 의사결정자들의 마인드가 바뀌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상조 소장은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애제자로 알려져 있는 소장파 경제학자다. 그는 "학문과 인생 양면으로 스승인 그 분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며 "한때 기자가 될 꿈을 꾸기도 했는데 정 총장께서 "상조야, 너는 공부를 계속해야 해"라고 야단치셨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참여연대에 합류하게 된 것은 지난 98년 노사정위원회 책임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예전부터 김대영 교수, 장하성 교수 등과 친분이 있던 그는 당시 현대차 파업사태를 접하면서 노사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보자고 참여연대 측에 건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다가 2000년 8월부터 1년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초빙교수로 지내고 돌아왔을때, 건강이 나빠진 장교수가 "너무 지쳤다. 네가 대신 맡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참여연대내 경제민주화위원장이 됐다. 지금은 김 교수가 경제개혁센터소장을, 장교수가 경제민주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소장은 "원래 전공이 파이낸스쪽이며 그중에서도 기업지배구조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며 "참여연대 활동은 책에서 알 수 없는 현실을 깨우쳐 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강의를 쉰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김 소장은 "본업을 희생하면서 참여연대 일에 매달리는 것은 넌센스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학생들에게 인기도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김상조 소장 약력 1962년 경북 구미 출생 1981년 서울 대일고 1985년 서울대 경제학과 1987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1993년 서울대 경제학 박사 1994.3-현재 한성대 경상학부 교수 1997.8-1998.6 대통령 자문기구 노사정위원회 책임전문위원 1999.4-2001.8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2000.3-2001.2 재경부장관 자문기구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 2000.8-2001.7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초빙교수 2001.9-현재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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