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감축법(IRA)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아서 보조금 삭감 등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이다. 반도체법도 큰 변화는 없겠으나 보조금 지원 축소 가능성은 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우리나라 통상 정책을 총지휘했던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이 모여 트럼프 당선인의 신정부 통상정책을 전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로 커진 글로벌 통상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 전망과 한국 경제계의 전략적 대응책 모색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한국의 통상 최고의 베테랑들이 연사로 직접 나섰다. 이들은 모두 미국과의 직접 협상 경험은 물론,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의 주요 정책 대응에 관여했던 인사들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IRA 등을 즉각 폐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축소’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2006년 한미 FTA 협상의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김종훈 전 의원은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한 상태”라며 “보편관세 도입 등을 통해 기존의 FTA를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건 대외관계 전반과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이라도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개정협상을 하게 된다면 양측의 이익이 균형 있게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보편관세가 실제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한미 FTA 협정의 상호관세 철폐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취했던 중국 견제조치는 그대로 두면서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추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박 원장은 “다만 트럼프 1기 후반에 했던 것처럼 중국과 대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전망했다.
역대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 위원은 “트럼프 2기 정부는 무역적자 축소, 미국 제조업 부흥, 미중 패권경쟁 우위 확보라는 3대 목표 하에 관세 등 통상정책을 핵심수단으로 사용하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비전 실현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라며 “이에 대비한 민관의 위기 대응 시스템을 기민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 위원은 “트럼프 2기에서 국경의 높이와 함께 시장의 장벽도 높아질 것”이라며 “1기 당시에 비해 한국 기업의 투자 등 위상이 8년 전에 비해 높아진 만큼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명희 교수는 트럼프1기 통상정책의 키맨이었던 라이트하이저와의 협상 경험을 떠올리며 ”트럼프 당선인에게 관세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 수단인 동시에 협상을 위한 레버리지”라며 “미국의 일방 조치에도 우리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관세 면제나 우리 요구사항 반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정부 협상팀에게 도전이자 기회”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