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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만난 중국인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화업계에서 일한다.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자오팅) 감독이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았지만 공공연하게 축하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A씨는 “업계 있는 친구들은 감동에 젖었지만, 일반인은 그가 상을 받았는지도 모를 것”이라고도 토로했다.
자오 감독이 지난 2월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들이 수상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 SNS에서는 관련 해시태그가 넘쳐났다. 그러나 그가 수년 전 인터뷰에서 중국을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이 완전히 바꿨다.
중국의 컨텐츠 제작자인 B씨는 “그는 중국에서 태어났을 뿐 미국에서 생활하고 미국 영화를 만들어 미국에서 상을 탄 것”이라며 “중국 내 여론이 크게 동요할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내 상영도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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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뿐 아니라 기사나 기고 글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원자오바오 전 총리의 글에 ‘자유, 정의’ 등 글자가 들어갔다고 공유가 금지된 사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게 현실이다. 그랬다간 퇴출되거나 불매운동 대상이 되기 십상이어서다. 자오 감독도 중국인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던 것일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사람이 태어날 때 성품은 본래 착하다’(人之初,性本善)는 구절을 중국어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