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055550) 회장
(사진)이 신한은행장과 지주 회장으로 재직할 때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굴린 차명계좌가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것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신한금융과 금감원, 검찰 등이 조직적으로 사실을 감추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신한은행장 임기 마지막 해인 1998년부터 지인 2명과 공평동 재개발 사업을 하던 차남의 동업자, 재일교포 주주 4명, 신한증권 임원 출신 김 모 씨와 그의 친인척 9명 등 모두 23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개설, 2008년까지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운영했다.
또 라 전 회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한 1991년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은 30억 원대 취임 축하금까지 차명계좌로 관리한 것 등을 포함하면 실제 운영된 차명계좌는 23개가 넘는다는 관측이다.
라 전 회장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린 예금계좌와 증권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며 신한금융 주식 수만 주씩을 사고팔며 차익을 실현했다. 2004년부터 3년 동안에는 라 전 회장의 세 아들에게도 46억 원을 차명계좌로 증여했다.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이 지난 2010년 ‘신한 사태’ 당시 이들 23개 차명계좌를 조사, 관련 소득세와 증여세 등을 내도록 했지만,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재일교포 주주 4명의 차명계좌만을 발표, 나머지 라 회장 지인과 친인척 명의의 계좌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은 한 금융그룹 안에서 유신정권 통치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최고경영자(CEO)로 있으면서 주주의 권리를 무시하며 불법과 비리 행위를 해 왔다”며 “치매를 이유로 법정에 나오고 있지 않지만, 이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