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3엔터, 게임사 한빛소프트 인수(종합)

한빛소프트, 실적적자·기대작 부진으로 `활로 모색`
T3엔터, 댄스게임 `오디션` 개발..나스닥 상장 추진
게임업계 우회 상장·지각 변동 등 파장도 주목해야
  • 등록 2008-05-19 오후 2:25:23

    수정 2008-05-19 오후 2:25:23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인기 댄스게임 오디션을 개발한 온라인게임개발사 T3엔터테인먼트(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047080)를 전격 인수했다.

한빛소프트는 김영만 현 회장과 박춘구 이사(겸 에듀박스사장) 보유지분 548만4952주(25.46%)를 T3엔터와 김종우 씨에 장외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공시했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20억권 규모(1.29%)의 3자배정 유상증자도 실시할 예정이다.

◇T3, 한빛소프트 인수..왜?

이에 따라 한빛소프트의 최대주주는 T3엔터(25.00%)로 변경된다. 김 회장의 지분은 7.71%로 감소한다. 박 이사는 2.35%, 김종우 씨는 0.46%다.

업계에선 T3엔터가 약 4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김 회장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계약서 비밀 유지 조항으로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빛소프트은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 "양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우회상장이나 M&A를 택하지 않고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한빛소프트의 해외지사 운영과 T3의 해외서비스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표면적으로는 게임 공동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빛소프트의 경영난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지난 1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야심작인 헬게이트:런던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압박요인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한빛소프트의 경우 현재 수익을 내는 캐쉬 카우는 팡야가 거의 유일하다. 이마저 내년 2월을 시점으로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헬게이트:런던을 성공시키는데 전력했을 것이고 생각만큼 성과가 없어 다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도 "스타크래프트 유통종료 이후 기대했던 헬게이트:런던의 흥행부진으로 재무적인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신규게임 라인업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T3엔터, 어떤 회사?

T3엔터는 댄스게임 오디션 등을 개발해 작년 매출 317억원, 영업이익 191억원을 기록했다. 중국과 영국, 대만 등 50여 개국에서 3억 명 이상의 회원들에게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T3엔터의 최대주주는 지텐엔터테인먼트(63.9%). 이 회사는 최근 중국 게임퍼블리셔 더나인으로부터 3800만달러(약 400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3엔터는 한빛소프트의 퍼블리싱 경험과 게임포털 한빛온의 800만 회원을 기반으로 자사가 보유한 우수한 게임콘텐트 경쟁력과 수익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 측은 한빛온을 한게임이나 피망, 넷마블에 버금가는 게임포털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댄스게임 오디션의 후속작인 오디션2은 물론 자사가 보유한 게임콘텐트를 향후 한빛온을 통해 서비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영만 한빛소프트 회장은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영 활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양사 간의 전략적 제휴로 최근 불황의 늪에 빠진 게임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빛 측은 자사가 매각을 추진 중인 e스포츠게임단 한빛스타즈의 매각은 T3엔터 건과는 별개로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모 외국계 게임회사에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1년 게임단을 창단해 명문팀으로 일궜으나 최근 협회 운영 문제로 협회 사무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게임업계 우회상장 신호탄?

이들은 양사간의 결합이 게임포털 빅3로 재편됨과 동시에 이번 `빅딜`이 침체됐던 게임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기영 T3엔터 사장은 "한빛소프트는 10년 동안 척박했던 국내 게임업계를 이끌어온 산 증인"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양질의 콘텐트 개발 능력을 보유한 T3엔터와 다양한 장르의 게임 서비스 경험을 가진 한빛소프트의 만남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켜 세계 게임 시장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T3엔터가 한빛소프트와 합병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유베스퍼로 우회상장한 게임하이에 이어 T3엔터가 올해 2번째의 우회상장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이 계약은 T3엔터의 우회상장을 위한 지분인수 수순으로 보인다"며 " 두 회사의 지분 교환을 통한 합병 시나리오보다는 게임회사는 브랜드가 중요하므로 현재의 지분구조(T3 대주주, 자회사 한빛)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빛소프트를 자회사로 가져가는 우회상장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중소형 게임회사들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창영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개발 능력 및 해외 채널까지 갖추고 있지만 현재 상황이 어려운 회사인 한빛소프트와 현재 상황은 좋지만 게임포트폴리오가 취약한 회사인 T3엔터의 만남은 개발력과 해외 채널 공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르간 또는 개발중심 및 퍼블리싱 중심의 게임사간 인수합병 논의가 활발해질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게임산업 성장률이 둔화되고, 게임 개발비가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중소형 게임 업체들의 덩치키우기는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 연구위원은 "T3의 오디션이 국내외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회사는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플래그쉽과의 친밀한 관계유지를 통한 차기작확보 여부는 지켜볼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주가 움직임에 대해 한 애널리스트는 "게임 개발사의 우회등록으로 현재 시가총액이 예당온라인의 시가총액 수준까지 근접했다.T3와의 합병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큰 폭의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中 게임사 한국 게임시장 재편 입김..위기 느껴야"

한 게임회사 CEO는 이번 빅딜로 중국 게임업체 더나인이 수혜를 입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얼마전 더나인이 지텐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는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더나인의 경우 이번 빅딜을 통해 오디션2와 헬게이트:런던, 그라나도에스파다 등에 대한 판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CEO는 "결국 이번 빅딜에 있어서 더나인도 수혜주다. 최근 아시아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사업 재편에 중국 게임사가 한국시장에 영향력을 끼친 사건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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