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부동산정책도 고쳐라

  • 등록 2005-06-10 오후 4:22:25

    수정 2005-06-10 오후 4:22:25

[edaily 문주용 경제부장] 영세 자영업자 대책이 당정협의를 통해 수정, 보완됐다. 당정이 자존심을 버리고 잘못된 정책을 과감히 포기, 더 큰 부작용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다. 이런 경우처럼 부작용을 빚고 있는 정책이 없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떤가.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데다, `투기는 발본색원한다`는 명분때문에, 그리고 정책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 되돌아볼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잘못이 있다면 이를 고치는 것보다 더 현명한 처신은 없다. 설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자존심으로 나라를 다스릴 순 없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의 `명분`때문에 재검토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여론은 명분이 아닌 정책의 `방법`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반발의사를 보이고 있다. 재검토를 해야할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5·4부동산 가격안정대책을 기점으로 한 일련의 부동산 대책이 도대체 누구를 겨냥한 대책인지가 불분명하다. 대상이 투기혐의자인지, 집 가진 국민 모두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5·4 부동산대책은 ▲보유세 실효세율의 단계적 인상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대상 대폭 확대 ▲기반시설부담금 제도의 도입이 골자다. 이후 규제 대책도 이 틀에서 추가됐다. 5·4 대책은 부동산 가격대비 세부담을 말하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0.12%에서 0.24% 수준으로 2배 올리고 1가구 2주택자가 살지 않는 집을 팔때는 기준가가 아닌,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매기겠다는 정책이다. 또 도입하려는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는 기존 택지지구 및 산업단지 주변에 아파트 단지 등을 개발할 때 해당 사업지 및 주변지역을 `기반시설부담금 부과구역`으로 지정, 계획단계부터 사업자가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분담토록 한 것이다. 이들 방안이 모두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는데 유효할 수는 있다. 부적절하다고는 할수 없다. 그러나 강남, 분당, 용인, 충청 연기군등을, 그리고 재건축아파트 투기혐의자를 타깃으로 한 정책인 것은 확실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집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가만히 있는데도 모두 세금을 더내게 하고, 1가구 2주택자는 더 내야 하고, 택지지구나 산업단지 옆에 아파트를 지을 때는 부담금까지 내도록 하는 정책 아닌가. 1가구 2주택자가 강남, 분당, 연기등 가격이 급등하는 곳에서 이익을 거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1가구 2주택자=투기꾼`라는 도식은 성립될 수 없다. 아예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을 말라는 식의 정책이라면, 이게 부동산 대책인 것인지, 투자금지책인지 모호하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자금이 건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정책으로 해결해야겠지만, 단기간에는 `투기꾼`을 타깃팅해야하지 않을까. 정책의 타깃을 소수의 투기혐의자로 제한하되, 처벌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는 투자이익이든, 투기이익이든간에 이익 자체를 원천 봉쇄, 즉 모두 환수하겠다는 것인가. 이 부분도 명확히 해야한다. 대통령은 모든 투기적 이익을 환수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투자이익과 투기이익의 구분이 어렵다. 정부 관계자조차 "개발지역에 땅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인정하고 있으니 이런 당연한 현상에 대해서도 이익환수를 목표에 두고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한다. 개발계획이 있으면 수요가 생기고, 땅값 집값이 오르는 것은 어떤 정책으로도 막을 수 없다. 이로 인한 자연스런 이익은 인정되어야 한다.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S프로젝트, J프로젝트 등 갖가지 개발계획으로 땅값을 올려놓은 무책임함을 공격받을까 두려워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투자이익을 인정하기가 곤란하고 이들 개발후보지에 대해서도 땅값상승을 억제하려 한다면 이런 갖가지 개발계획에 대한 조정부터 먼저해야 한다. 시기를 늦추거나, 중복되는 개념을 배제해서 개발계획이 취소되는 것도 있어야 `투기의 실패 사례`가 나온다. 세째, 실거래가 과세 정책을 정부 일방으로 추진해도 되는지도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정부는 실거래가 과세는 전국 부동산거래 전산망이 완료되면 시행하겠다는 뜻을 수년전부터 밝혀왔다고 한다. 하지만 전산망이 완료됐다고 당연히 이를 시행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전산망 완료는 하나의 `준비과정`에 불과하다. 실거래가 과세는 30년만에 다시 도입하려는 매우 중요한 `정책 변화`다. 당시 이를 발표할때 국민들은 부동산 전산망 완비의 정책목표가 소수 부동산투기꾼들의 자금원을 포착하려는 것으로 알았을뿐 국민 모두의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인식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 정책의 목표, 의미등에 대해 충분한 홍보가 있었어야 했다. 한덕수 부총리는 이를 `합리화 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민들은 전혀 합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투기꾼을 잡는다고 하면서 내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 하는 생각이다. 과세정책은 국민들 지지를 받아가며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정책홍보와 설득의 노력은 있어야 한다. 세금을 거둬가는 것을 정부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치다. 네째,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점도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는데 반영되어야 한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령화추세가 확실히 강남의 부동산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웰빙과 건강을 중시하면서 부유하고, 건강한 노인들이 늘면서 상속, 증여차원에서 매물로 나오는 아파트등 부동산이 예전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유있는 노인들은 큰 아파트를 그대로 살고, 또 이를 이용해 역모기지로 생활비를 구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아파트는 관심 대상도 아니다. 반대로 집을 물려받지 못한 아들, 딸 가족은 자신의 집을 따로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또다른 변수도 있다. 6.25전쟁직후의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50살 전후가 됐다. 이들은 소형 평수대신 중대형평수로 집을 바꾸는 나이가 됐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며 경제적 부를 일군 세대다. 노부부, 아들 딸내외도 실수요자이고, 큰 집으로 바꾸는 베이비붐세대도 실수요자다. 공급을 가볍게 생각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투기를 잡겠다`는 명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컨센서스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명분만 강조할게 아니라, 방법을 좀더 유연하고 정교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 투기혐의자를 정교하게 골라내고 처벌을 극대화하는 방법 말이다. 방법의 문제때문에 `투기를 잡는다`는 명분까지 밀리고 있는 형국인 만큼, 부동산정책을 가다듬어 정교하게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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