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병수·양효석기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이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엔 채권수익률이 일시적이나마 4%대를 찍는 등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금운용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하를 통해 신규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수익증권 판매를 통한 주식운용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듀레이션 관리를 철저히 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이 모아지고 있다.
◇"급한 불 끄자"…신규자금 유입 차단
은행권의 기본적인 방향은 일단 신규자금 유입 차단이다. 운용할 곳도 없는데, 은행계정 쪽에서 계속 신규 자금이 들어오면 리스크만 커진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어제(9일) 우리은행이 정기예금의 수신금리를 0.1%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말 행내의 뜨거운 논란으로 결정을 못했지만 이번엔 관철시켰다. 수신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 영업파트와 충돌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우리은행도 결국 금리인하를 선택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말 수신금리를 인하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나머지 은행들도 금리인하에 동참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조흥은행(00010)도 예금금리를 낮춰 자금조절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영업파트와의 이견은 아직 좁혀지지 못했다.
이미 가계대출 확대가 충당금 추가 설정 등의 문제로 순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은행들로서는 은행계정에 밀려드는 자금을 일단 차단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신금리 인하가 단기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이라면, 중장기 대안마련에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다는 전제아래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민이 시작된 사안이기도 하다.
대체로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듯 대부분의 은행들은 신규 대출처 발굴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신규 중소기업 발굴, 소호기업 대출, 서비스산업 지원, 물류산업 지원 등으로 정리된다. 우리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여신을 대폭 늘릴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설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해법은 수익증권" 한목소리
신탁계정 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부분 수탁자산을 실적배당으로 운용하고 있는 신탁계정은 채권수익률 하락에 따라 직접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의 금전신탁 총 수탁고는 73조7699억원으로 연간 7조6468억원이나 빠졌다. 지난해 재산신탁을 포함한 총 수탁고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자산운용과 관련된 금전신탁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지난해 금전신탁 운용현황을 보면 채권과 CP(기업어음)를 중심으로 편입시켰다. 회사채가 8조2461억원, 국공채 9조3089억원, 금융채 8조2461억원, CP 15조4657억원 등이다. 연간 회사채와 국공채 편입이 줄어든 반면 금융채는 3조3871억원, 기타채권은 1조6807억원, CP는 4조554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의 채권발행과 CP 발행이 증가했고,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금융채를 발행했던 영향이 짙게 깔려 있다. 한 은행 담당자는 "국공채가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조금 부담은 있지만 카드사의 채권과 CP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신용카드사가 유동성 측면에서 어렵기는 하겠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주식편입은 총 5조7429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각 은행들의 자사주 편입 물량을 제외하면 거의 주식쪽은 손을 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신탁계정에서 주식으로 운용한 자금이 7800억원에 이르지만, 이중 7000억원은 자사주 물량이다. 하나은행도 1조3000억원 가량을 주식으로 운용했지만, 대부분이 자사주다.
따라서 은행 신탁 담당자들은 "어차피 자금은 주식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수익증권 판매를 적극 확대하면서, 점차 주식운용 비중을 높혀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국민은행이 수익증권 10조원어치를 팔겠다고 나섰다. 작년 수익증권 잔액이 9조3000억원인 국민은행이 올해 목표를 20조원으로 세운 것이다. 다른 은행도 비슷한 방향을 잡고 수익증권 판매 강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수익증권 판매는 은행계정 자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은행계정에서도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언제부터 적극적으로 팔겠다는 데는 다소 이견이 있다. 이는 주식 간접상품에 돈을 넣을 수 있는 고객이 언제부터 움직일 것이냐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수익증권 판매에 이미 나섰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02860) 관계자는 "어차피 수익증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지금이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인지는 다소 헷갈린다"며 "종합주가지수가 600이하로 떨어지거나 800을 돌파할 경우 수익증권 투자 고객들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통상 간접상품 투자고객들의 지수 반응속도가 직접 투자 고객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뭔가 분명한 시그널이 있어야 은행권도 수익증권 적극 판매를 통한 주식편입 비율을 높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좀 더 보수적인 관점에 서 있는 몇몇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몇 자금운용 파트 관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다시 듀레에선 관리를 어떻게 할 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양 조절보다는 리스크관리 등 손익조절을 통한 자금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약 0.9 정도의 듀레이션(Duration)을 갖고 있는
국민은행(60000)도 듀레이션 관리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