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드컵 개막을 전후해 월드컵 테마주들은 기대만큼 큰 시세를 내지 못했다. 스포츠 복권업체인 로토토와 일간스포츠 등 소수의 중소형 주식들이 상한가 행진을 보인 반면 월드컵 공식후원 업체인 현대차, KT, 국민은행, 현대해상, POSCO 등은 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덩치가 큰 관계로 월드컵 열기가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기엔 다소 벅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한국 축구팀이 미국팀을 꺽고 16강 진출을 깔끔하게 확정지을 경우, 다시 한번 월드컵 관련주들에 대한 테마형성이 가능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투자신탁증권 박주식 리서치팀 센터장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차분히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박 센터장은 "한국팀이 16강 이상 진출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부가가치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론 고급TV 같은 제품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테마주로 언급된 대부분의 종목들은 재료가 사전에 노출됐기 때문에 연속성 있는 시세를 내긴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다소 조심스런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월드컵이 세계적인 축제인 건 사실이지만 일시적 이벤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한국팀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시장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지만 큰 폭의 오름세를 이끌만한 모멘텀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양종금증권 이현주 연구원도 "월드컵 개막일 이후 관련주들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처럼 16강 진출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월드컵에서의 선전은 시장에서 계량화 될 수 있는 성질의 호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월드컵과 증시는 거의 연관이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우증권 이상문 연구위원은 "월드컵 선전과 주식시장의 상승을 연관시키는 것은 비약이 너무 심하다"며 "설사 한국팀이 우승을 하더라도 주식시장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은 냉정한 머니게임이 펼쳐지는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벤트 성격이 짙은 축구축제와 주식시장을 연결시켜 투자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