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 7.8 강진에 여진까지…노후화·내진 설계 미비로 피해 커져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고, 약 9시간 뒤인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에 달하는 여진이 또다시 발생했다. 첫 충격 이후 규모가 최소 5인 여진 13차례를 포함해 120여차례의 여진이 지속, 남부 인접국 시리아에서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 213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최소 3830명, 부상자 수는 1만 6000명을 넘어섰다.
BBC방송은 “이번 지진은 규모 7.8의 강진이었던 데다, 진앙 깊이가 약 18㎞로 얕았고 진원지도 가지안테프에서 불과 33㎞ 떨어진 지역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 지진이 발생한 시간도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새벽이어서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BBC는 또 “튀르키예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지만,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가지안테프는 200년 이상 대지진이나 경고 징후가 없었던 지역이었다”며 “대처에 익숙한 지역보다 대비 수준이 낮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리아의 경우 10년 넘게 지속된 내전으로 건물 상당수가 노후화하거나 손상히 심해 충격에 더욱 쉽게 무너졌다. 튀르키예와 접경 지역인 시리아 북부에는 내전을 피해 이주해온 수많은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터키에서도 1950년대 대규모 이민자 유입 이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도시개발이 난무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튀르키예에서만 건물 5606채가 무너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붕괴된 건물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포츠머스대의 카르멘 솔라나 화산학과 위험 커뮤니케이션 부문 부교수는 “안타깝게도 터키 남부와 시리아의 지진 저항 기반 시설은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키쇼 자이스왈 건축구조 엔지니어는 AP통신에 “튀르키예에는 노후화한 건물이 많았고, 시리아에선 오랜 내전 및 빠른 건설로 구조물이 취약한 상태였다”며 “지진으로 건물 위층이 붕괴되며 그대로 아래층을 덮쳤고 또 그 아래 층층이 팬케이크처럼 쌓였다. 이는 건물이 충격을 전혀 흡수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
지진은 지하의 아라비아판이 북쪽으로 이동해 아나톨리아판이 충돌하면서 발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전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두 지각판이 서로 밀면서 수십년동안 압력이 축적됐다가 몇 초 만에 해제됐고, 서로 비껴지나가며 발생한 마찰이 격렬한 진동을 발생시켰다는 설명이다.
영국 더 오픈 대학의 행성 지구과학자 데이비드 로서리는 “아라비아판이 아나톨리아판을 서쪽으로 1년에 약 2cm의 속도로 밀면서 지진 응집력이 터키 지역에 쌓였다”고 부연했다.
붕괴된 건물들에 대한 구조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명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USGS는 사망자 수가 1000∼1만명일 확률을 47%로 예측했다.
BBC는 “1822년 8월 13일에도 아라비아판과 아나톨리아판이 충돌해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지진보다 강도가 낮았지만 파괴적인 여진이 거의 1년 동안 계속됐고, 7000명이 사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같은 추세를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