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영어유치원으로"·"손배소송 하겠다"…들끓는 맘심

주요 맘카페, 무기한 개학연기 유치원 성토장으로
유치원 옮기기 어려운데…"일하는 엄마가 봉이냐"
非한유총 유치원, 영어유치원 고려하는 부모 늘어
연기 유치원 명단 공유에 손해배상소송 모집까지
  • 등록 2019-03-03 오후 4:04:53

    수정 2019-03-03 오후 5:13:01

동탄의 한 학부모가 올린 유치원 손해보상 참여인단 모집 글 (사진=SNS갈무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3월4일 새 학기 개학을 하루 앞두고도 무기한 개학 연기를 강행하겠다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폐원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오자 유치원생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3일 인터넷상 주요 맘카페에서는 개학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방적으로 개학 연기를 통보하고 있는 사립 유치원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지역 맘카페 회원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며 “부모들에게는 서둘러 유치원비까지 내라고 하고 오리엔테이션까지 다 마치더니 난데없이 개학을 연기해 버리는 건 계획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건 일하는 엄마들을 봉으로 여긴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화를 냈다.

대구 지역 맘카페에서 활동하는 한 학부모도 “대체 애들이 무슨 죄냐”고 되물으며 “아이들을 볼모로 제 잇속이나 챙기겠다는 유치원에 (개학 연기가 끝난 뒤에) 어떻게 아이를 다시 보내야할지 모르겠다”며 속상해했다.

집 인근 유치원이 많지 않은데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개학 이후에는 옮기고 싶어도 유치원을 옮기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니던 유치원에서 퇴소하는 것을 꺼리는 학부모가 많은데,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립유치원 측이 부모들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맘카페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부모들도 나오고 있다. 한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 글을 쓴 한 유치원생 부모는 “한유총 산하 유치원은 여차하면 아이들을 볼모로 삼곤 하니 불안해서 아이를 보낼 수가 없다”며 “일단 국공립 유치원이 안된다면 한유총에 속하지 않은 사립 유치원을 찾든지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개학 연기한다는 문자만 보내고선 유치원에선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며 “당장 유치원 입학을 취소하고 환불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원구에서 7세 딸을 키우는 A(35·여)씨는 “차라리 정부가 사립 유치원에 대한 지원금을 전부 없애고 부모에게 직접 교육비를 지원해 각자 형편에 맞춰서 30만원 유치원이든, 100만원 영어유치원이든 선택해 보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결국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 비용이 더 올라갈 것 같다”며 걱정했다.

실제 유치원을 옮길 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성동구의 학부모 B(36·여)씨는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싶은데 한 달에 200만원 안팎인 교육비 부담이 큰데다 조금 저렴한 영어유치원이나 한유총 소속이 아닌 사립 유치원에 보내려면 이사까지 해야할 판”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탄의 맘카페에서는 한 학부모가 L유치원의 개학 연기 방침에 반발해 해당 유치원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참여인단을 모집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몇몇 지역 맘카페에서도 한유총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유치원 명단을 공유하며 이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지 말자고 독려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 사립 유치원이 주축이 된 한유총의 강경 대응이 중소형 사립 유치원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사립 유치원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C(41·여)씨는 “한유총에 대한 반감이 늘어나면서 국공립이나 영어 유치원 선호가 더 커지면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사립 유치원은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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