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겹악재에 사업차질 현실화...벼랑 끝 신동빈號

  • 등록 2016-06-12 오후 3:51:30

    수정 2016-06-12 오후 3:51:30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불거지면서 검찰이 칼끝을 롯데의 심장부에 정조준했다. 이미 지난 10일부터 검찰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17곳을 비롯해 신 회장의 자택의 압수수색을 마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앞서 지난 2일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 부터 금품수수 혐의를 받은 데이어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지난 11일 구속됐다. 지난달 말에는 롯데홈쇼핑이 프라임타임 6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상황. 위기를 틈타 신동주 전 부회장까지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그룹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검찰 수사의 후폭풍은 이미 그룹 현안에 가시화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난 10일 롯데케미칼은 미국 화학업체 엑시올 사(社)의 인수를 철회한다는 뜻을 밝혔다.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지 닷새만이다. 부족한 자금에 대한 조달 계획까지도 고려하겠다며 강한 인수 의사를 드러냈지만 검찰의 고강도 압박에 결국 사업확장의 뜻을 접었다.

호텔롯데 상장(IPO)에도 제동이 걸렸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경영권분쟁 이후 추락한 그룹 이미지를 회복하고자 호텔롯데 IPO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검찰의 호텔롯데 압수수색이 진행형인데다 각종 비리의혹에 공모 흥행 역시 불투명해지면서 결국 사실상 상장을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

여기에 호텔롯데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히는 면세점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롯데는 작년 11월 연매출 5000억원에 달하는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잃은 뒤 이를 되찾고자 고군분투 해왔다.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 특허를 발표하면서 희망이 생기는 듯 했으나 신영자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로비에 휘말리며 부활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그룹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연말 오픈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온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의 구속으로 가시밭길이다. 노 대표의 구속은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을 맡았을 당시 유해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한 혐의다. 롯데물산 대표로 재직한 지난 1년 6개월간 타워의 안전성 논란을 잠재운 노 대표였다. 하지만 타워 완공을 6개월 남긴 상황에 총괄 책임자인 노 대표가 자리를 비우면서 공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룹 내 상황뿐만이 아니다. 겨우 잠재웠던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도 불안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미 지난 두 차례의 주주총회(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을 상대로 승리하며 분쟁을 매듭짓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검찰의 고강도 압박에 신동빈 회장이 궁지에 몰리자 한동안 침묵하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0일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의 홈페이지에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 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이 사태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해명과 설명을 요구한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벼랑 끝에 매달린 신동빈 회장의 상황을 틈타 다시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두 형제는 이달 말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다시 표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전 주총처럼 ‘신동주 회장의 이사직 해임안’ 등의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일본 쪽 주주들의 동요는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신동빈 회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만큼 이전처럼 주총 승리를 쉽게 거머쥐기 어려울 것이란 가능성도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악재로 그룹 차원에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단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의혹이 조기에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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