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시대 `손자 돌보기` 과외받는 할머니들

금천구, 외부강사 초청 `예비 조부모 교실` 개최
"저출산 극복, 조부모 관심과 노력 선행돼야"
  • 등록 2011-07-21 오후 2:35:42

    수정 2011-07-21 오후 3:07:42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아이한테는 생후 6년까지의 성장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일생을 좌우합니다. 이때 경험한 대인관계가 아이의 내면을 채우는데, 그 기초는 가족인 거죠. 그래서 손자를 키우는 여러분 역할이 중요한 거예요"

연단에 선 `젊은 선생님` 말씀에,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30여명의 `할머니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한다.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하거나 "아" 하는 깨달음의 감탄사를 내는 할머니들도 보인다. 노트를 꺼내 필기를 한다. 영락없이 기말고사 앞두고 족집게 과외를 받으며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19~21일 서울 금천구가 `아이낳기 좋은세상 금천운동본부`와 함께 개최한 `예비 할머니·할아버지 교실` 강의 현장. 이 기간 금천구는 외부강사를 초청, 하루 두 시간씩 관내 예비 조부모 및 손자녀를 둔 조부모를 대상으로 효과적인 육아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사흘간 50~60대 `새내기 조부모` 100여명이 수업을 들었다.
▲ 20일 금천구청 지하1층 강의실에 모인 할머니들이 육아법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아이한테는 놀이가 전부예요. 연령, 월령에 맞는 놀잇감을 줘야 하고 손자랑 놀아주는 방법을 그만큼 고민해야 합니다" 선생님 설명에 학생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진다.   "어떻게 놀아줘야 잘 놀아주는 거냐?"는 한 할머니의 질문. ▲할머니 발등에 아이 발을 얹어 같이 걷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넓게 펼친 이불에 아이 태우고 놀아주기 ▲공놀이· 풍선놀이· 그림그리기 같이 하기 등이 정답으로 제시된다. "배변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대한 즐겁게, 놀아주듯 화장실로 데려가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두살배기 손자를 둔 이해복(67) 할머니는 "젊었을 적 아들·딸을 키우며 알면서도 놓쳤던 것들을 배우게 돼 좋았다"면서 "매부터 때려 키우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신세대를 키우는 것에 맞게 좀 더 고민하며 손자를 키워야겠다"고 강연 들은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기획한 `사단법인 한 자녀 더 갖기 운동연합`의 이이숙 금천구지부장은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진 시대"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육아에 대한 조부모 세대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작년부터 동일한 행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호응이 좋아 앞으로도 이 같은 조부모 대상의 교육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둘째날 `아동발달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한 김운화 서울기독대 교수는 "조부모는 정서적 유대감을 통해 아이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세대"라며 "달라진 시대상에 맞는 올바른 육아법을 익히고, 아동발달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넓히려는 조부모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 강의를 하고 있는 김운화 서울기독대 교수
다음은 김 교수가 강의 도중 할머니들에게 전한 `올바른 육아법` 몇 가지(할아버지나 일반 부모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 갓난아기한테는 딸랑이 소리를 들려주는 등, 볼 것과 들을 것을 최대한 많이 제공해라. 인지 발달에 효과적이다.

- 걸음마를 배우는 시기의 아이에게는 억지로 걸음마를 가르치려 하지 마라. 자라면서 다리가 벌어지는 등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 어떤 경우든 감정을 앞세운 체벌은 비추천. 사랑과 매를 너무 반복하면 아이한테 사람을 의심하는 경계성 인격장애가 생길 수 있다. 체벌은 즉시적 효과가 있지만 그게 오래 가지는 않는다. 감정 섞이지 않은 단호한 목소리로 훈육하면 된다.

- 아이가 어떤 말을 할 때는 최대한 잘 듣고 기다려라. 말하는 도중 끊고 들어가면 나중에 아이의 언어 표현력이 약해진다. 또 최대한 천천히 들려줘라. 너무 빨리 듣는 말에 아이는 혼란을 느끼고 유창성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 존댓말 등 고급언어를 아이한테도 써라. 한 개인의 초자아(양심)는 유치원 시기에 가장 많이 발달한다. 양육자가 모범을 보여야 아이가 배운다.

-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뀌면 아이가 불안감을 느낀다. 따라서 아이가 하루에 몇 번씩 조부모와 맞벌이 부모 사이를 오가는 것보다는, 한 주 내내 조부모와 있다가 주말 정도에 부모와 만나도록 하는 편이 낫다.

-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은 항상 일정해야 한다. 매일 오후 6시로 정했다면 그보다 너무 일찍 가는 것도 안 좋다. 다음날부터 아이가 `어제는 이때 왔는데 오늘은 왜 안오지?` 하며 불안감을 겪게 된다.

- 무관심은 최악의 육아법이다. 칭찬받고 싶어 자신이 잘한 것을 이야기한 아이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아이는 다음부터 잘못된 행동으로 관심을 끌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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