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도요타 美 청문회 관전포인트

하원 청문회 후 상원도 대기..도요타 불리한 정황들 포착
美 고용 파급력은 변수..업계는 규제강화 기정사실화
  • 등록 2010-02-22 오후 1:48:24

    수정 2010-02-22 오후 2:38:23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대규모 리콜 한달째를 맞고 있는 도요타가 여전히 비포장 도로 위를 기어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정에서 이번에는 분수령 격인 미국 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 하원은 오는 23일부터 이틀에 걸쳐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고 상원 일정까지 감안하면 도요타의 고난은 3월까지 이어질 전망. 준비 초기만해도 전자제어시스템(ERCS)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됐던 청문회는 도요다 아키오 사장 출석 번복이 미국을 더욱 자극하면서 도요타에 상당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청문회에 앞서 도요타의 안이한 대처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STA)의 허술한 감독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또 자동차 업계 역시 과거 포드-파이어스톤 리콜 사태를 떠올리며 규제 강화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 23,24일 이틀간 하원 청문회..3월엔 상원도 대기

미국 하원은 오는 23~24일 이틀에 걸쳐 도요타 청문회를 진행한다. 의회는 도요타가 차체 결함을 발견한 시기와 경위에 대한 추궁할 전망이며 NHSTA의 감독 소홀 여부도 또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첫 날에는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가 도요타 차량의 리콜과 관련해 청문회를 실시하며 짐 렌츠 미국 판매법인 사장과 데이비드 스트릭랜드 NHSTA 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24일에는 미국 하원의 감독정부개혁위원회가 도요다 사장을 직접 심문할 예정으로 일단 `도요다 가속페달: 대중을 위험에 빠트렸나`라는 제목부터 거창하다. 특히 이날 심문은 도요다 사장이 직접 출석해 안이한 대응과 늑장 대처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 청문회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오는 3월 2일 미국 상원 상업위원회의 청문회 역시 예정돼 있다.

◇ 도요타에 불리한 정황 포착..美경제 파급력은 변수

이미 도요다 사장이 청문회 출석 번복으로 미국의 심기를 더 자극하면서 도요타에 대한 집중포화는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미국 의회는 도요다 사장에게 발언내용에 허위가 없을 것임을 선서하도록 할 계획이며 급가속 사망사고와 관련된 유족들도 청문회에 참석시키기로 했다.
 
여기에 도요타가 의회 의원들에 제출한 내부 문건에서도 비판을 살만한 정황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주말 사이 주요 외신들은 도요타 내부 문건을 인용, 도요타가 2007년 미국 차량의 바닥매트 결함 문제를 교섭 등을 통해 원만하게 처리하면서 이를 상당한 비용 절감의 `승리(win)`로 표현했으며 이번 청문회에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건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 2009년7월 보고에서 미국 안전조사가 제한된 3건의 사례를 승리로 묘사했다. 도요타는 우호적인 리콜 결과를 로비 노력의 주요 성과는 물론 도요타에 우호적인 안전규정으로 인용했고 새로운 충돌 규제의 단계적 도입과 지연을 통해 1억2400만달러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했다.

2007년 도요타는 5만5000대의 바닥매트 관련 급가속 문제로 리콜을 실시했지만 2009년 8월 사망 사고 이후까지 추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2003년 초 미국 규제당국이 최소 3개의 도요타 모델의 급가속 문제를 조사했지만 불확실성을 이유로 4개월 뒤 철회했고 초기 조사에서 안전 결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리콜을 명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 역시 집중추궁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치솟는 실업률과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3만3000명이 넘는 미국 인력을 운용 중인 도요타의 위상이 의회 의원들의 맹공을 일부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보인다. 최근 텍사스주 소속 위원을 비롯 도요타 공장이 위치한 주의 의원들은 도요타를 옹오하는 편에 선 상태다. 도요타는 아직 리콜 여파로 감원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판매 감소 등을 의식해 일부 북미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매출이 계속 줄어들 경우 감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업계, 제2의 포드-파이어스톤법 주목

미국 자동차 업계도 도요타의 청문회를 주시하고 있다. 청문회 진행 결과에 따라 규제 강화로 이어지며 관련 비용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일부 로비스트들은 이번 청문회를 `트레드(Tread)의 아들` 또는 `트레드 2`라고 지칭했다. Tread는 지난 2000년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장착한 포드차 리콜 조사 후 2000년 도입된 `자동차리콜에 관한 법률(Transportation Recall Enhancement Accountability and Documentation Act)`의 약자로 업계에서는 도요타 사태가 또 다른 법안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0년 당시 트레드 법 도입 이후 NHTSA는 자동차업체들로부터 정보 수집이 가능하게 됐다. 잠재적인 자동차 결함에 대한 소비자 경고는 물론 결함에 대한 고의적 보고 위반 시 범죄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관계자들이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NHTSA의 예산 증가와 함께 더 엄격한 안전기준이 부과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 차업체 관계자는 "10년전 포드-파이어스톤 청문회와 달리 업계가 엄격한 안전규정을 원만하게 도울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도 일부 규제 사안에 대해 광범위한 컨설팅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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