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업계 `위기경영` 본격화

소비급감에 LCD·반도체 `구조조정` 개시
  • 등록 2008-12-15 오후 3:38:52

    수정 2008-12-15 오후 3:38:52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글로벌 전자업계가 글로벌 경기둔화의 여파로 본격적인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PC와 가전제품 구매를 줄이자 가전업계가 타격을 받았고, 이는 곧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업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보기술(IT) 산업의 상징이었던 소니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 샤프를 비롯한 LCD 업체들이 뒤를 이었고, 반도체 기업들도 줄줄이 감산 등으로 허리띠를 바짝 죄고 있다.

소비 감소가 생산 감축과 대량 해고를 야기하고 이로 인해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루한 구조조정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 LCD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소니는 내년 전자부문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지난 주 발표했다. 투자를 연기하고 인력을 줄이는 동시에 무수익 사업부문을 정리, 2009회계연도 비용을 1000억엔 절감할 방침이다.

▲ 가전제품 판매 급감으로 LCD 패널 수요도 크게 줄었다
특히 전자 부문의 경우 투자를 중장기적으로 30% 줄이고 직원 8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57개 생산시설을 10% 줄이고 슬로바키아 LCD TV 증산 계획도 연기키로 결정했다.

뒤이어 대만의 AU옵트로닉스(AOU)가 차세대 LCD 공장 설립을 최소한 6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내년 설비투자를 4000억대만달러 줄여 거의 `제로(zero)` 수준까지 낮출 계획.

AUO는 당초 내년 7월부터 10세대 LCD 공장과 11세대 LCD 공장 설립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PC와 소비가전 수요가 급감해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소니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등 업황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결정을 번복했다.

샤프는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미에현 등 일본 서부 2개 공장의 LCD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 관련 인원 380여명이 해고될 전망이다. 회사 설립 후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1990년대 초반에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주로 휴대폰 및 PC에 장착되는 저해상도의 LCD 패널을 생산해 왔다. 샤프는 설비가동률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이며, 향후 생산설비 통합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반도체도 직격탄..정부 지원요구도

전 세계적인 경기후퇴(recession)으로 가전업계가 휘청이자 반도체 기업들도 `수요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급락으로 분투해 온 반도체 업계가 또 한 번의 `센 놈`을 만나게 된 셈이다.

미국반도체공급협회(SIA)는 지난달 올해 4분기 세계 반도체 판매가 전기비 5.9% 급감할 것이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5.6% 더 줄어든 2467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놨다.

끝을 기약할 수 없는 글로벌 경기후퇴 속에 TSMC와 UMC, 삼성전자(005930), 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기업들이 모두 생산 감축과 설비투자 축소, 경영진 임금 삭감, 고용 동결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결정하거나 검토 중이다.

일본 유일의 D램 칩 제조업체인 엘피다는 지난 주말 신규 자금을 긴급 조달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주가 약세 때문에 500억엔(5억4920만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변제하게 생긴 탓이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의 차터드 세미컨덕터 매뉴팩쳐링은 업황 악화로 인해 4분기 매출은 더 줄어들고 적자는 대폭 확대될 것 같다고 경고했다. 수요가 급감한데다 고객사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주문을 늦추고 있어 타격이 크다고.

차터드는 이에 따라 273명의 계약직 직원을 해고하고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동안 일부 영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또한 연월차 수당 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연말까지 남은 휴가를 모두 소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정부에 구조요청을 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만 최대 D램업체인 파워칩 세미컨덕터는 최근 대만 정부에 엘피다와의 합작사인 렉스칩 일렉트로닉스의 지분 일부를 매입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만 프로모스 테크놀러지스 역시 대출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정부에 `SOS`를 보낼 방침. 이에 대해 대만 정부 관계자는 "대만 정부가 D램 제조업체들의 주식 매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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