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개인비리..현정은 회장과 갈등설 `솔솔`

대북사업 정통성 놓고 현 회장과 갈등
  • 등록 2005-08-08 오후 3:08:09

    수정 2005-08-08 오후 3:08:09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현대그룹이 특별 감사를 통해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 비리를 적발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대북사업을 고 정몽헌 회장과 함께 주도한 장본인으로 현대그룹의 대표적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과 김 부회장의 갈등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이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일부분 갈등을 빚어왔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관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회장-김 부회장 갈등 표면화(?)

8일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에 대한 내부 특별감사를 통해 김 부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를 일부 포착했고, 추가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소문에 머물러 왔던 현 회장과 김 부회장 간의 갈등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현 회장과 김 부회장은 고(故) 정몽헌 회장의 사망 이후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현 회장은 자신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며느리이자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이라는 점에서 사업의 정통성을 주장했고,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자신이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신임을 얻어 대북사업을 이끌어 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는 것.

특히 지난달 현 회장이 딸 정지이씨를 대동하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면담한 것은 대북사업의 정통성을 가족이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룹에 정통한 소식통은 "왕회장이 이룩한 대북사업을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둘 사이에 갈등이 있어 왔던 것으로 안다"며 "지난 3월 윤만준 사장을 상임고문에서 공동대표이사로 선출한 것도 김 부회장을 입지를 좁히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따로 있는데 사업 주도권을 놓고 오너와 경영인이 갈등을 빚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북사업이 돈을 많이 버는 사업도 아닌데 주도권을 놓고 왜 다투겠느냐"고 말했다.

◇대북 사업 차질 없나?

실제로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김 부회장의 퇴진이 시간 문제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아 왔다. 윤 사장이 취임한 후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도 김 부회장 대신 윤 사장이 참석하는 등 김 부회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부회장이 당장 대북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망된다. 백두산관광과 개성관광 등 대북사업 확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현 회장도 김 부회장의 사업 수완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의 사퇴 등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며 "추가적인 감사절차를 거쳐 김 부회장이 그동안 남북경협사업에 기여한 공로와 향후 역할 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의 거취와 관계없이 대북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강산사업이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든데다 개성과 백두산관광도 북측과 합의가 된 상태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 회장과의 면담에서 "금강산은 정몽헌 회장한테 줬는데 백두산은 현정은 회장한테 줄테니 잘 해보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김 부회장의 일신상 변화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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