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CT기업에 문 활짝 한국판 '위뱅크' 기대

"혁신상품·서비스 위해 ICT업계 적극 참여 필수"
새산업 '선점효과'에 기업들도 '군침'
  • 등록 2015-07-12 오후 5:43:49

    수정 2015-07-12 오후 5:50:27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정부가 구상하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는 정보통신(ICT) 기업이 최대주주로서 주도적으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이끌도록 하되 은행이나 증권사는 제휴사 정도로만 참여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 증권 등 기존 금융사가 중심이 되는 인터넷은행은 사실상 기존 금융사의 자회사 정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 당국 “최대주주는 ICT 기업 돼야”


금융위원회가 4%로 묶여 있던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50%로 대폭 높인 것도 사실상 ICT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ICT 기업을 인터넷은행의 확실한 주인으로 만들어줘야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고 당국은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말 당국이 인가할 인터넷은행은 ICT 기업이 주축이 된 사업모델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정을 30% 정도만 완화해도 최대주주가 지배권을 가질 수 있지만 이렇게 규제를 완화하면 확실한 주인이 나올 수 없다”며 “ICT 기업이 참여할 유인이 안된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의 관건은 혁신적인 상품을 만드는 것인데 ICT 기업이 최대주주로 ‘오너십’을 가져야 주도적으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 증권 등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참여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재무적인 투자 관점에서 참여해야 한다”며 “주인은 ICT 시업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금융사 중심의 인터넷은행엔 확실히 선을 그은 셈이다.

정부는 연내 선정하는 사업자는 현행 법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ICT 기업은 은행 지분의 4%만 보유할 수 있고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최대 10%까지 가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인터넷은행 선점 효과를 기대하는 상당수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中모델이 현실적 대안

정부가 염두에 둔 인터넷은행은 중국형 모델에 가깝다. 현재 중국에선 2곳의 인터넷은행이 선보였다. 중국 최대 SNS 기업인 텐센트가 세운 ‘위뱅크(Webank)’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설립한 ‘마이뱅크(Mybank)’가 대표적이다.

모두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주도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 같다. 중국의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인 이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텐센트는 이미 가입자만 8억명에 이르는 온라인 메신저 ‘QQ’와 6억명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소액대출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국의 인터넷은행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상당하다”며 “기존 은행산업은 이미 과당경쟁 체제여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기존 은행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ICT 기업이 내년 은행법 개정 후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지분율을 높이는 걸 전제로 은행이나 증권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 ICT 기업 중에선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설립에 가장 적극적이다. 2금융권 중에선 증권사 4~5곳이 인터넷은행 설립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ICT 기업 인터넷銀 성공 ‘산 넘어 산’

당국이 한국형 인터넷은행의 주역으로 ICT 기업을 꼽은 것은 ‘혁신’ 때문이다. ICT 기업이 금융산업에 참여해 기존 은행의 보수적인 영업형태에 자극을 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당국의 목표다. 이민화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정부 취지대로 은행업을 혁신하려면 IT 기업이 들어오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대로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주축이 된다고 해서 당장 혁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ICT 기업 고위관계자는 “유력한 ICT 기업을 확인해 본 결과 경영권 문제 때문에 대부분 1차 땐 참여를 꺼리고 있다”며 “물론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지분을 늘리는 걸 고려할 수 있지만 합의가 쉽지 않아 2차 때 참여해본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 기대와 달리 ICT 기업이 참여할 유인이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관건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놓을 수 있느냐는 것인데 ICT 기업이라고 해도 일단 기존과 유사한 업무를 할 수밖에 없어 성공모델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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