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정 동양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미국 연준의 추가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결정으로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움직이고 있다. 8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던 미국 채권펀드는 지난 1월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유럽채권펀드와 일본채권펀드도 순유입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신흥국채권펀드는 신흥국 통화 약세와 금리 인상으로 12월 44억달러, 1월 39억달러가 빠져나가면서 8개월째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해진 지난주에는 전주보다 신흥국채권펀드의 순유출 규모가 많이 증가했다.
12월 순유출을 기록했던 미국 주식펀드는 1월 191억달러가 신규로 유입됐다.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최근 32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실물 지표의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유럽의 주식펀드는 1월 순유입 규모가 전월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으로 12월 순유출을 기록했던 일본주식펀드도 1월에는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글로벌이머징펀드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는 12월에 비해 1월 순유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유동성의 이탈 가능성이 커지면서 1월 중순 이후 자금 유출 규모는 더욱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1월 마지막주 글로벌 이머징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 규모는 전주보다 소폭 줄었다. 자금 유출 진정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는 순유출이 5주째 이어지고 있고 순유출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판단한다.
1월 이후 글로벌 유동성은 선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선진국 채권펀드와 선진국 기업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으나, 신흥국채권펀드에서는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선진국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주식펀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테이퍼링의 충격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일정 기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강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년 6월과 8월, 9월에 테이퍼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글로벌이머징펀드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총 103억달러였다. 지난 2달간 두 펀드 유형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87억달러다. 최근 글로벌 이머징펀드에서의 자금 유출 규모 감소는 작은 신호가 될 수 있다. 당분간 테이퍼링 여진은 이어질 것이나, 유출 강도는 점차 약해질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