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남양유업 영업사원 김정욱(가명)씨는 인터뷰에 응했지만 막상 처음엔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참을 망설이며 담배 반갑을 비우는 줄담배 끝에서야 어렵사리 털어놓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은 언젠가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며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회사 시스템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대리점주를 상대로 구입강제(밀어내기)를 하고 욕설을 퍼부은 영업사원이 잘못했지만 욕설과 폭언을 당연히 여기는 군대식 문화속에서 (영업사원들에게) 밀어내기를 강요한 본사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영업실적이 목표에 미달하면 상사가 영업사원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고 점주들에게 밀어내기 압박을 주라고 지시합니다. 저희 같은 일반 사원들은 어쩔 수 없이 납품하기 위해 점주들한테 화를 낼 수밖에 없어요. 군대에 재입대한 기분이었어요.”
김씨는 인터뷰 도중 아버지뻘 되는 점주에게 막말을 한 게 마음에 걸린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예전에 몇 번 점주에게 싫은 말을 한 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정중하게 점주들을 대했어요. 그런데 영업 실적이 떨어지자 상사나 선배들에게 욕을 엄청나게 먹었습니다. 한 주임은 ‘옛날 같았으면 넌 쪼인트 까였어. XXX야’라며 욕설을 퍼붓더군요. ”
김씨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점주들에게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부당해고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악습과 폐단을 정리할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제가 다니는 회사를 흉보는 게 누워서 침뱉기 라는 건 알지만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회사가 최고의 기업이 됐으면 좋겠어요. 후배들도 현장에서 예의 바르게 일해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앞장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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