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찍어낸` 삼성 인사..그들은 정말 문책된 것일까?

이학수·김인주 2선 퇴진 놓고 "새 역할 주는 것 아니냐" 시각
삼성 "이 고문 이미 퇴진의사 밝혀..완벽한 정권교체 맞다"
  • 등록 2010-11-22 오후 2:04:21

    수정 2010-11-22 오후 3:48:10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오랜 ‘복심(腹心)’으로 통하던 이학수 전 삼성전자 고문과 김인주 전 삼성전자 상담역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지난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은 이후 “경영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터라 이 회장의 ‘뜻밖의 결정’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지난 2008년 4월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부재해온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할 적임자는 이들 두 사람이라고 예측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고문은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도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의 대외 공식 행사 참석과 해외 출장시마다 지근 거리에서 수행하는 등 여전히 그의 영향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퇴진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이 고문이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으로, 김 상담역이 삼성카드(029780)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이 삼성의 후계 경영구도 승계와 순환 출자 문제 등의 '해결사' 역할을 맡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 이 고문이 후계 경영구도 정리 역할?
이건희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해 온 이학수 고문(사진 맨 왼쪽). 오른쪽은 연말 인사에서 사장 승진 방침이 정해진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사장(사진=김정욱 기자)


재계 일각에서는 이 고문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 등 이 회장 자녀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전자(005930)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이재용 부사장이, 호텔·유통·건설 등은 이부진 전무, 패션·광고 등은 이서현 전무가 담당하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정설이었다.

특히 호텔신라와 에버랜드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이부진 전무가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 고문의 자리 이동은 원활한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김 상담역이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긴 것도 앞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 문제를 조율하기 위한 비책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그룹 쇄신안 발표 당시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순환출자 해소 차원에서 4~5년내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카드는 동일계열회사가 지배하는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 취득을 금지하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 24조에 따라 보유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오는 2012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축소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 10여년간 그룹의 재무관리를 담당하며 ‘곳간지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김 고문이 에버랜드 지분 매각 등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 문제를 해결할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이 고문, 물러나겠다는 의사 이미 밝혔다..완벽한 정권교체”

그러나 재계 일각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삼성측은 극력 부인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학수 고문이 이미 회장께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인사 조치는 ‘완벽한 정권 교체’를 위한 수순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10년뒤 삼성을 내다보는 시점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통한 ‘미래로의 지향’을 모색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경영 능력, 특히 신사업 분야 개척 경험이 풍부한 김순택 부회장에 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맡긴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재무통’ 인사들로 구성된 전략기획실이 그룹의 ‘관리’를 맡아오던 과거의 경영 방식이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이 이번 인사조치를 하면서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 변화를 대비해 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다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1등을 발빠르게 따라가는 방식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로서의 역할에 더 이상 안주해서는 안되고, 스스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1등 제품을 만드는 시장 리더가 돼야 미래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그룹 전체에 행동으로 알린 셈이다.

특히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이 지난 19일 이번 ‘깜짝인사’를 발표하면서 이학수, 김인주 두 고문에 대해 “문책성 인사로 보면 된다”고 두 차례나 언급한 점도 ‘진짜 퇴진이 맞다’는 삼성측의 설명에 무게를 더한다.
 
이 팀장은 그 자리에서 “(두 고문 외에도)과거 전략기획실 오래된 팀장급 임원에 대한 일부 교체가 있을 것”이라며 “(그룹 조직이)새로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과거 전략기획실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관행 등을 씻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팀장이 그렇게 이례적으로 밝힌 ‘문책성’이라는 말에는 이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며 “이번 인사조치는 과거 ‘음지 경영’으로 지적받아온 전략기획실 대신 ‘양지’를 지향하는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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