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취사병, 軍 요리 노하우 종합 '취사병 길라잡이' 펴내

육군 8사단 우승한 병장 "전우 삼시세끼는 내가 책임진다"
메뉴별 맛 내는 비법 정리, '군대음식은 맛없다' 선입견 없애
  • 등록 2016-05-13 오전 10:16:04

    수정 2016-05-13 오전 10:16:0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최근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셰프’라는 직업이 낯설지 않게 됐다. 그러나 군대에서 조리병이라고 하면 정해진 방법으로만 음식을 만드는 초보 요리사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제8기계화보병사단 정보통신대대 우승한 병장(23)은 최고의 조리병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음식을 만든다. 특히 후임병을 위해 100페이지가 넘는 ‘취사병 길라잡이’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병사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종합해 책으로 엮어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우 병장은 이미 군에 ‘표준 조리지침서’가 있지만 군대요리는 조리의 양이 많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에 착안해 상병 때부터 길라잡이를 작성했다.

신입 취사병 길라잡이 책자에는 식자재를 정리하는 방법에서부터 위생관리 방법, 메뉴별 맛을 내는 비법과 주의해야 할 점 등 표준 조리지침서에는 담을 수 없는 숨겨진 노하우가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우 병장은 길라잡이에서 “부대찌개의 경우 재료를 넣을 때마다 센 불과 중불 사이를 오가는 불 조절이 중요하며 소시지와 햄은 너무 오래 끓이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중간쯤에 넣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한 “오징어무국을 끓일 때는 오징어를 넣고 국을 자주 저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많은 양의 국을 끓이다 보면 오징어가 솥바닥에 가라앉아 눌러 붙기 때문이다.

길라잡이의 효과는 우 병장의 부대에서부터 시작됐다. 우 병장의 후임병인 서병수 일병(23)은 “부대전입 초기 이등병일 때 음식 만들기가 겁이 났는데 우 병장이 적어놓은 신입취사병 길라잡이 책자와 함께 노하우를 하나씩 익혀나가며 조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대대부터 입소문으로 퍼져나간 우 병장의 길라잡이는 사단 사령부까지 전파됐다. 사단에서는 책자로 만들어 예하 전 부대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우 병장은 “제가 만든 반찬을 전우들이 남김없이 맛있게 먹을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군대음식은 맛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여기에도 혼을 담으면 어머니의 손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 소재 한 호텔의 주방장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양식요리사의 꿈을 키워온 우 병장은 이달 말 전역을 하면 대구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개업할 예정이다.

우승한 병장이 조리실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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